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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09.12.08 10:24
나치즘,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
_ 슈테판 마르크스 지음 | 신종훈 옮김/책세상 ,2009-09-20 00:00:00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과 나치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나치즘과 히틀러에 조금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기가 어렵지 않다. 그것은 나치즘과 그에 열광한 독일인들이라는 장면이 워낙 불가해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치즘과 히틀러가 여전히 신화적인 방법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에 러시아 국가 기록 보존국에 보관되어 있는 히틀러의 유골이 여자의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히틀러가 여자였으며 죽을 때까지 남성호르몬을 복용했다던가 심지어는 히틀러는 죽지 않고 어디선가 제3제국의 부활을 꿈꾸다 죽었다는 설도 있으며, 아주 황당하게는 히틀러가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식의 이야기까지 떠도는 것을 보면 어쨌건 히틀러라는 인물은 미스테리하기는 한가보다. 물론 책을 읽고 난 지금에야 다분히 히틀러와 나치즘이 가지는 신앙적이고 신화적인 이미지는 대중들을 손쉽게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건 저자인 슈테판 마르크스는 이제까지 독일인들의 나치즘에 대한 연구가 히틀러와 주동자들에 대한 연구위주로 이루어져왔으며 연구결과 역시 히틀러와 나치즘이 어떤 마력적인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식으로 다시 한번 신화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역사를 통해 배움과 반성을 얻고자 하는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히틀러와 주동자가 아닌 나치즘을 추정했던 일반인과 동조자들을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소위 '마력'이나 '매력'으로 포장되어왔던 나치즘을 해부하고자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제3제국과 나치즘을 겪은 43명의 평범한 사람들을 인터뷰해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것이 '역사와 기억'이라는 프로젝트이고 이 책은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책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 총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장은 다음과 같다.


1장 마력적인 의식
2장 최면적 무아지경
3장 수치심의 방어
4장 나르시즘과 자아도취적 공모
5장 이전 세대의 트라우마
6장 종속성


1장에서는 금기, 카리스마 같은 개념과 함께 마력적인 의식을 설명하고 있다. 분명 나치즘에는 금기, 카리스마, 그리고 특정인을 신격화하는 등의 원시신앙적인 요소가 많이 있다. 그러나  여태 그것을 나치의 프로파간다가 조장한 분위기로 보기보다는히틀러에 대한 연구들이 히틀러라는 인물의 비범함과 카리스마를 기정사실로 삼기를 우선했으며 저자는 히틀러의 비범함과 카리스마가 다소간 사실이던 아니던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히틀러 개인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은 역사적 사실들을 비신화화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을 방해한다고 한다.

2장에서는 인터뷰에 응한 사람 중 상당수가 당시 최면과 유사한 상태를 경험했다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른바 최면적 무아지경의 상태를 경험한 나치 추종자들의 의식상태는 시야가 좁아지고 주의력은 특정대상인 히틀러에 한정되고 구속되며 비판력이 감소된다. 따라서 인터뷰이들은 당시의 자신의 상태를 현재의 이지적인 의식상태에서는 이해불가능하다거나 말도 안되는 것지만 당시에 어떠했다라는 식으로 자주 표현했다. 이러한 최면적 무아지경은 선동, 수사학, 의식(儀式), 음악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생산되어졌다고 한다. 그 중에 인상적인 것이 수사학이었는데 종종 히틀러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어마어마한 군중들은 한 시간 이상씩 히틀러가 도착하기를 무리속에서 기다려야 했으며 히틀러가 도착한 후 시작된 연설은 끝임없이 이어지는 설명과 길고 긴 문장으로 이어져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하고 몽롱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 히틀러의 그러한 연설방식은 종종 인터뷰이의 말 속에서도 나타나는데 실제로 인터뷰를 한 기자들은 그들의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길고 긴 문장과 모호한 말들 속에서 극심한 피로감과 몽롱함을 느껴 돌아가는 길에 차사고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실제로 그와 비슷한 방식의 수사법이 많은 사람을 주의력과 비판력 상실로 몰고 가며 집단적 최면 내지는 유사종교와 비슷한 광증을 유도해내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3장에서는 1차세계대전의 패배를 겪은 후 독일국민이 느낀 수치심을 나치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도구화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독일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들먹이며 다시 한번 세계의 중심에서 독일의 명예를 세우리라고 역설하는 히틀러는 독일인에게 그들의 수치심을 ‘방어’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을 제공해 준 것이다. 히틀러와 나치즘에 충성하는 것은 무력하고 굴욕적 존재였던 독일인들을 쓸모있고 긍지와 자부심을 가진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독일은 도덕적 권위가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수치문화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차대전에서의 패망과 나치즘에서 늘 하는 소리인 명예와 독일인의 자부심운운 하는 소리를 생각해 보면 독일이 수치문화권이라는 것은 금방 유추가 가능하지만 언뜻 지금 당장 생각나는 수치문화권이 대표적으로 독일과 일본이라는 것은 그냥 우연의 일치일까.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 상세하게 설명되었듯이 일본 역시 도덕률이 양심의 내재율에 따른다기보다 외부와의 관계속에서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2차대전의 참전 배경 역시 일본문화의 독특한 계층의식에서 바탕했고 그 계층의 최상위에 일본이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선민의식 역시 독일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물론 극단적인 자기훈련과 억압을 감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수치심의 방어로 기능한다는 점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4장 나르시시즘과 자아도취적 공모는 어떻게 본다면 수치심이 방어되는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패전국민으로서 무력함을 느끼던 개개인들이 나치의 소조직에 가입하고 받게 되는 갖가지 크고 작은 보상들은 그들의 망가지고 상처난 존재감에는 달콤한 특효약이 아닐 수 없다.


사이밍턴은 병적인 나르시시즘을 인간이 견디기 힘든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 전략으로 이해하고 있다. 예를들어 유년 시절에 어른들의 관심을 받지못하고 방치되어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처럼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생성된 트라우마의 체험과 같은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병적인 형태의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p169)


두 말할 나위없이 여기서 말하는 ‘트라우마’는 1차 대전의 패전 후 어린아이들이 그 세대 부모들에게서 방치된 트라우마를 말한다. 물론 어린아이였던 그들이 방치된 것은 1차대전을 겪은 그들 부모세대의 트라우마에서 기인한다. 5장에서는 어떻게 부모세대에서 다음세대로 트라우마가 전이되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트라우마가 방어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탈현실화 - 고통의 차단(불감증) - 이상화와 영웅주의. 이러한 단계는 다음 세대에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6장에서는 나치즘과 그 추종자들의 종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종속성이란 다시 말해 ‘중독성’이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마약과 같은 정신성 약물의 남용이 횡행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나치즘은 추종자들의 의식 상태를 지배함으로써 매개물의 남용없이도 종속성을 가지게 된다.

이상 각각의 여섯 장이 다시 말해 보통의 사람들이 나치즘을 추종하게 된 원인과 배경인 것이다. 저자가 말했다시피 이 책은 어떤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에 대해 객관적 사실을 주지시키는 책이 아니라 나치즘이 그들의 추종자의 의식을 어떻게 지배했는지 사회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나치즘에 종합적 고찰을 위해서는 개몽과 기념 기억과 반성의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약 기억과 반성의 과정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다시 히틀러와 나치즘을 신화의 영역으로 돌려보내게 되고 또다시 독일인들은 유대인들을 범죄자로 몰고가게 될 염려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염려는 명백하게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무의식적인 충동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염려를 의미한다. (p286)

마침 얼마전이 안중근 의사 100주년이었다. 한국은 2차대전의 시기에 일본의 식민지 시대를 겪어오며 가해자의 입장에 오랫동안 놓여있었다는 점에서 분명 이 책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가 여태 집중한 것이 단순히 사과와 보상, 그리고 단순히 역사적이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반복적 교육과 기억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여전히 일본인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 어처구니 없는 일로 한 일본인과 말다툼을 한 후 심각한 자괴감을 느낀 적이 있는 나로써는 세대를 이은 트라우마의 전이라는 것을 아주 날 것으로 생생하게 경험했다. 내가 경험한 것은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어떤 병증과 같은 것이었고 그것을 깨달은 후 나는 스스로에게 이차적으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피해자의 트라우마 역시 치유되지 않았다. 지정학적으로나 여러면에서 한국은 일본과 좋으나 싫으나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면 좀 더 건설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슈테판 마르크스의 이야기처럼 계몽과 기념, 기억과 반성의 과정을 통해 뻐아픈 역사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는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을까.

 - written by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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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베스트서평2009.11.30 15:37
한국의 책쟁이들
_ 임종업/청림출판,2009-09-17 00:00:00

2009년 8월 서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살아생전에 독서광으로도 유명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종점에서도 만나지 못하는 기차 레일처럼 찬반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를 평가하는 이들의 이념과 지역이 그를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세웠지만 그래도 이념과 지역을 떠나 동의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 최초의 고졸 대통령, IMF 위기극복, 최초로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상 수상...등 그를 대표하는 이런 단어들 뒤에는 끊임없는 책읽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 만권의 책이 쌓여있던 동교동 지하서재를 아직도 비자금 창고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의 책쟁이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책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의 말처럼 텔레비전이 왕왕대고 인터넷으로 무한정 정보가 흘러도 잉크·종이의 향이 고인 우물에 엎드린 사람들 말이다. 그들은 왜 책의 무게로 바닥이 내려앉을까 두려워 편하디 편한 아파트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책을 모으고 책을 읽는 것일까? 너무 거창한 답은 피하고자 한다. 그냥 책이 좋은 사람들이니까.분명한 것은 그들이 성공했냐의 여부를 떠나 그들이 현재 서 있는 자리를 책이 마련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책쟁이들을 보면서 따라쟁이가 되면 될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란한 비주얼이 판치는 세상에 보잘 것 없는 짬을 내어 허름한 동네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을 서핑할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다만 미련퉁이 책쟁이들을 통해 책읽기에 대한 부담만 잠시 내려놓으면 된다.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
최근에는 조금 덜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유교적 권위주의는 우리의 책읽기를 무거운 짐처럼 느끼게 한다. 그림 하나 삽입되지 않고 깨알같은 글씨만 가득한 책만을 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몇 년 전 출장차 일본에 간 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다는 일본 국민. 내가 본 그들의 독서는 만화였다. 어릴 적 만화가게라도 가면 마치 불량학생 취급당했던 기억이 났다. 만화 마니아 박지수씨는 다섯 살 무렵 만화잡지 《보물섬》을 보면서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이래도 만화가 모범학생과 불량학생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지구상에서 활자화 된 책 중에서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없다. 자신의 나이에 맞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면 된다.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적지 않은 아니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수능을 위해 책을 읽는다. 블로그 매니아들은 내 글을 뽐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어떤 이는 미디어에서 1년 동안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전 국민의 30%가 넘는다는 소식에 혹시 나도 그 집단에 속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서점을 찾는다. 자연스럽게 책읽기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읽고 싶을 때 읽어라. 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험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을 매워주는 것이 책이다. 직업의 종류만 수십만이니 경험하지 못한 일이 얼마나 많겠냐마는....

화천 상서 우체국장 조희봉씨는 책을 많이 사지만 요즘 책읽기는 거의 못한다고 한다. 봄이면 산나물, 여름이면 옥수수, 가을이면 추석 상품 등 제철 농산품을 판매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단다. 스스로 책을 읽고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을 없앴단다.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한다면 읽지 않는 게 좋다. 책읽기의 열매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읽기의 즐거움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성숙해져 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윤태규 선생님은 직업상 책읽기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재밌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자신도 배우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즐거운 책읽기를 통해 진리가 보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 일원으로서 작은 역할이나마 하게 될 것이다.

‘황진이’,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리고 황진이의 유혹을 사제관계로 승화시킨 화담 서경덕은 ‘독서란 사색하면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무슨 책을 읽을 것이며, 어떻게 읽을 것이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보다 중요한 것은 읽은 책에 의문을 갖는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즐겁게 읽어야 되고 체험을 통해 행간을 읽을 수 있으면 된다.


- written by 아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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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추천도서2009.11.24 17:24

책 읽어주는 할머니
_ 김인자 (지은이) | 이진희(그림) /글로연,2009-09-28 00:00:00

책을 배송받고 맨 뒤 표지에 있는 CD를 꺼내서 책도 읽기 전에 듣기부터 했습니다. 책소개를 읽었던터라 어느 정도 내용을 가늠하긴 했지만, 이제껏 눈으로 읽고 입으로 읽었던 그림책을, 나도 누군가가 들려주는 목소리로 듣고 싶은 마음이 컸더랬지요.
'낮에 듣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작가 김인자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에 따라 밝고 환한 느낌이고요, '밤에 듣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차분한 목소리에 따라 다독다독 다독여주며 읽어주는, 따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그림책 속에 그려진 그림을 상상하기도 했더랬죠.
이 대목에선 어떤 그림이 그려졌을까?
이 대목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CD를 듣고 난 후에, 책을 펼쳤는데... 아~~! 따뜻하고 보드라운 솜털 같은 그림이 펼쳐져서 작은 탄성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CD를 듣고 있으니,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더욱 큰 감동을 안겨주네요.

우리 할머니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십니다.
엄마가 어릴 때 학교에서 받아온 책을 읽으면
할머니는 그 소리가 그렇게 좋으셨답니다.
아이는,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줘서 한글을 금방 깨친 자신처럼, 할머니에게 매일 밤 책을 읽어드리면 할머니도 저절로 글자를 깨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책을 읽어줍니다. 그 마음이 참 곱고 사랑스럽습니다.^^
손녀가 매일 전화로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는 할머니에게 삶의 빛이고 기쁨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손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까무룩 잠이 들기도 하면서 그렇게 할머니와 손녀의 정은 다북다북 쌓여갔을 것같네요.

여든 번째 생신을 맞으시던 날, 할머니는 이제껏 손녀가 읽어주던 그 그림책을 가족들 앞에서 직접 읽으십니다. 글자를 전혀 모르셨던 할머니... 손녀가 매일 밤 들려준 그 그림책을 이번에는 할머니가 들려주십니다. 할머니를 안고 기쁨의 눈물을 살짝 보이는 아이의 모습과 함께 작은 감동이 물씬~ 느껴집니다. 

그림 몇 컷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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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책을 읽어주면, 깜깜하던 세상이 환해진 것 같다는 할머니... 
가로등마다 글자 모양 전등들이 환하게 켜져 있는 이 그림은, 할머니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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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손녀로부터 전화로 듣는 책 이야기... 할머니의 모습이 참 밝고 화사해서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해집니다.
하얀 머리칼, 주름진 얼굴이지만~ 소녀처럼 맑아 보이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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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의 그림입니다. 
이제는 손녀에게 할머니가 책을 읽어주십니다. 할머니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잠이 든 손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사랑과 정이 듬뿍 느껴집니다. 

그림 속에는 펭귄 모습도 찾을 수 있습니다. 작가는 책 속에 또다른 책 이야기인 펭귄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날고 싶어하는 펭귄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찾아보며 얘기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아요~


- written by lip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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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설득의 비밀  ★★★★★   - 분야 : 설득의 심리학, 성공학
EBS 제작팀 엮음 | 쿠폰북

EBS 다큐프라임에서 진행한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 <16인의 성공 도전, 설득의 비밀>을 책으로 엮었다. 주제는 '설득'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하기 위해 교사, 취업준비생, 영업사원, 사회 초년생 등 다양한 구성을 가진 16명의 최종 도전자를 선발했다.

상황에 따른 설득의 실패, 전문가들의 교육, 다시 실전 투입이라는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통해 참가들은 설득에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이 숨겨 있으며, 설득의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가를 깨달아간다.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   - 분야 : 경제 일반, 머피의 법칙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이 책은 하인리히 법칙에서부터 깨진 유리창의 법칙까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수많은 법칙들을 100가지로 정리하였다. 사전식으로 법칙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칙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사건과 이야기를 추가하여 실용교양서로 읽을 수 있다.

큰 사건 전에는 작은 징조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 주식에서 자주 인용되는 피보나치 수열 등 세상을 움직인 100가지 법칙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읽는 재미와 의미 모두를 얻을 수 있다.

 

진화경제학 ★★★★   - 분야 : 경제 이야기, 진화론

마이클 셔머 지음 | 박종성 옮김 | 한국경제신문

 

요즘처럼 경제학의 신용이 땅에 떨어진 적은 없다. 혼란스러운 시장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적용해 현재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석 도구로써 진화론을 큰 틀로 채택한 것이 진화경제학이다. 돌연변이와 적자생존 그리고 자연선택과 같은 진화의 메커니즘이 인간의 비합리성과 시장의 비효율성을 잘 설명해주는 도구라는 것이다.

 

 


처칠 스타일로 승부하라   ★★★   - 분야 : 경영 전략
헬게 헤세 지음 | 박종대 옮김 | 북스코프

 

"절대 굴하지 말라 Never Give Up!"를 외치며 수많은 좌절과 패배를 극복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리더 중 하나이자 당대 최고의 연설가였던 처칠. 이 책은 20세기 역사의 중심에서 활약한 윈스턴 처칠의 삶을 바탕으로 수많은 위기와 패배를 겪으면서도 강력한 리더십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캐내고 위기를 기회로 바꾼 리더의 자기경영 전략이 무엇인지 살피고 있다.


재테크 선수촌               

서기수 지음 | 링거스그룹

 

저자는 재테크의 성공비결을 "체력"에서 찾는다. 위기의 상황에서 투자를 하려면 체력이 받침이 되야한다는 이야기다. 체력은 생존력, 열정력, 배짱 담력, 정보력, 실행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전의 재태크와 달리 코스별 워크샵 형태를 취하고 있어 하나씩 배워나가는 재미를 가미하고 있다.


VIP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성동 지음 | 호이테북스

 

VIP 마케팅 하면 부유층을 대상으로 명품을 팔거나 고품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쯤으로 대개가 생각한다. 하지만 VIP 마케팅에서 기업이나 마케터에게 제공하는 재무적 가치, 즉 매출과 수익의 기여도에 따라 VIP 고객은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각 기업은 VIP 고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VIP 마케팅을 새롭게 정의해야만 한다.


또한 VIP 고객은 무조건 비싸고 명품이라고 해서, 고품격의 서비스라고 해서 구매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VIP 고객은 무슨 근거를 기준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일까? 이 책 『VIP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는 VIP 마케팅의 핵심을 "명품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데 있다"고 말한다. 즉 VIP 고객은 자신이 인식하는 가치가 충족되었는지를 판단한 후에 선택하고 구매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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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추천도서2009.11.13 18:49

한국의 책쟁이들
_ 임종업/청림출판,2009-09-17 00:00:00

 


# 책장에 들여놓은 책들. 한 권씩 모을때마다 쌓이는 이야기들.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서가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지인이 있다. 읽는 책 속도보다, 쌓이는 책의 속도가 더 빠르다. 언제 다 읽을거냐며 타박하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거라 답하며, 오늘도 그는 책을 서가에 모은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모이고, 모으다 보니,  책에 자신의 공간을 넘겨주게 된다. 누가 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도리어 책에 매이는 운명에 빠지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을 책쟁이들이라 부른다.
 
  돈과 아름값에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살 만한 세상이란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다소 비켜서서,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27개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만남의 흔적이 글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는 책을 모으고, 누군가는 책을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나누기 위해,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에, 다양한 인연으로 그들은 책을 모은다. 한 권의 책에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다면, 서가에는 서가를 책으로 채우는 이의 다양한 선택과 인연의 흔적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들은 책을 모았다. 왜, 모았을까? 일년에 책 다섯 권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든 한국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흐름과 다른 선택을 했다. 책과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그들의 책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겐 매력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장서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만나, 서가에 두고 싶었을 때, 설레는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의 기쁨을 준다.
 
 
  #  만화에서 SF, 무협, 신학, 토라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책을 모으는 책쟁이들의 이야기.
 
 
  다양한 장르에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장르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모으는 즐거움,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잘 헤아리고 있었다. 책이 좋아, 책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다음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책을 모으는 이도, 어쩌다 보니, 책이 아니라, 책을 주인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유지하는 이처럼, 멋져보였다.
 
  책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보니, 현재의 경기의 흐름, 일상에서 책에 빠져드는 삶을 택하게 된 계기, 헌책방이 점차 사양화되어가는 사회의 변화도 느껴졌다. 부족한 도서관의 현실, 군대에서 부족하기만 병영도서관, 장서가가 모아둔 책을 맡기려 해도,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 거절당하는 현실도 보였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을, 헌책방이 책의 다양성의 폭을 넓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책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이, 작지만 존재가치가 넘치는 책들이 머물 공간이 사라지게 되어 안타까웠다.
 
  서점에 유통되는 순간부터, 헌책방을 지나, 폐지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다양한 순간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만의 서재를 넘어, 좀 더 책을 곁에 두려는 이에게는, 장서의 방향을 정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만난 책쟁이들의 관심의 폭이 다양한 만큼, 자신의 독서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이를, 한 명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 written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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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09.11.08 18:09
피오니
_ 펄 벅 (지은이) | 이지오 (옮긴이)/길산,2009-08-10 00:00:00

 

펄 벅이라는 작가의 이름앞에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거나 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을 만큼의 작가주의적인 성향이 없는 편이지만, 펄벅이라는 작가의 이름앞에서는 언제나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한 개인일 뿐인 한명의 작가가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다양한 문화들, 그리고 그것을 무리없이 담아내는 자연스러운 문체들, 이것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전체를 아우르는 통찰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책 피오니 역시 그녀의 작품들이 가지는 그 풍부하고도 깊은 통찰을 종교와 민족의 정체성, 그리고 한 개인의 행복이라는 입장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민족과 종교, 그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야 하는 개인의 이야기.


종교나 민족의 정체성은 때로는 한 사람의 행복이나 일신의 안위보다 높은 가치로 평가되기도 한다. 나를 넘어서는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대변함을 넘어 그것을 넘어서는 궁극의 이상을 의미하기도 하는 종교는 이런 이유로 때로는 개인의 희생과 고통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 많은 이들이 순교의 이름으로 목숨을 버리고, 애국의 이름으로 인생을 헌납하기도 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피오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개인적 차원 혹은 민족과 종교적 차원의 갈등 역시 이런 희생과 고통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각각의 사연, 각각의 가치.


<피오니>에는 책의 제목인 피오니 뿐 아니라 이야기를 끌어가는 수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다. 그리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가치와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끝없이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싸워나가며 변화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에는 <피오니>의 주인공이 피오니였다는 사실을 잊고 한명한명의 사연과 고뇌를 하나하나 이해하게 된다. 먼저 <피오니>의 주인공은 중국땅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아가고 있으나 그 자신은 유대인의 가족에 속해있는 다소 복잡한 위치의 인물이다. 먼 타국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에즈라 가족에 속한 하녀이기 때문에 그녀자신은 조국에서 살아가면서도 끝없이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그래서 그 어떤 곳에서도 자신의 고립감을 이해받을 수 없으리라는 또다른 외로움을 지닌 여인. 자신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에즈라의 아들 데이빗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하녀라는 위치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 그의 옆자리는 꿈꾸치 못하는 여인으로서도 행복하지 못한 인생을 살아간다. 피오니가 일생을 사랑한 남자인 데이빗은 정통 유대인의 혈통인 어머니와 중국인의 피가 섞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자유를 쫓고 스스로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며 살지만 어느새인가 점점 어머니의 뿌리를 찾게 되는, 끝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는 남성이다. 데이빗의 어머니는 유대인의 전통을 내려받아 그녀자신도 민족적 전통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열망을 잊지 못하는 여인이고, 남편인 에즈라는 반반이 섞인 자신의 혈통처럼 현실과 민족의 전통을 오가며 실리를 추구하는 실리주의자에 가깝다. 여기에 어린시절 데이빗과 결혼을 약속한 랍비의 딸 리아와 데이빗이 사랑이라 확신한 중국상인의 딸 쿠에일란. 랍비의 망나니 아들 애런등이 크고 작은 사건들을 더하며 이들의 삶을 흔들어놓는다.


 




 


 


혼란과 갈등, 그리고 화해의 대서사시.


<피오니>의 등장인물들은 크게는 유대인과 중국인이라는 두 민족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안을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가치관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유대인이라는 스스로의 민족적 정체성에 대해서 모두 다른 이해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 그들이 살고 있는 중국이라는 배경이 더해짐으로써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이민족 혹은 이방인이라 불리울 타민족과의 갈등에 모두 다른 해결방법과 입장을 취해 유대인 내부적으로도 갈등하고 내분하는 것이다. 결국 <피오니>에는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이해와 입장을 취하는 개인이 존재하고 이 개인들을 아슬아슬하게 묶고 있는 민족 혹은 종교라는 끈이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힘있게 사람들을 묶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모두에게 동일한 절대적인 단 하나의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움직이고 조금씩 달라지는 어찌할 수 없는 변화와 화해로 마무리 된다.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피오니>는 데이빗과의 사랑을 결국 이루지 못한다. 그녀는 비구니가 되고 데이빗과 쿠에일란이 이룬 가정의 충실한 조언자로 어느결엔가 그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더이상 데이빗의 하녀가 아닌 한 수도원의 원장으로서 그들과 대등한 의견을 교환하는 하나의 사람으로 존재하게 된다. 피오니는 하녀에서 존중받는 한명의 인격체가 되어서야 그들과 충분한 행복을 나눈다. 데이빗은 피오니를 놓아준 다음에야 그녀와 평등한 인격체로 마주앉아 편안한 웃음을 주고 받는다. 쿠에일란은 피오니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고 마음을 연 다음에야 그녀에게서 진정한 지혜와 위안을 얻는다. 결국 세월이 가져다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변화들을 그들이 받아들임으로서 그들에게 진정한 평화가 주어진 것이다. 민족의 전통도, 종교적 가치도,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신념도, 모두가 무시할 수 없는 것들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찾아드는 변화에도 나름의 가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 변화가 때로는 전통을 위협하고 종교적 가치를 희생하게 하는 듯 보이더라도 사람들은 그 안에서 나름의 행복을 소유하는 방법을 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인이었으나 유대인의 가족속에서 평생을 보낸 피오니와, 반반의 혈통이 섞이 데이빗, 그리고 오랫동안 중국의 전통에 길이 들었던 쿠에일란이 모두 조금의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서 행복을 찾았듯이 말이다.


- written by 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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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09.11.06 16:58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경제 위기의 진실
_ 디어크 뮐러(저자), 전재민 (역자)/청아출판사 ,2009-08-05 00:00:00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제도에서 누군가가 누구에게 사기를 치면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런데 유독 한분야에서만큼은 이 기본적인 법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이 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조금만 있으면 상승하기 시작할 겁니다.' 등 온갓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현혹할때는 언제고, 지금에 와서는 이것은 개인적인 책임이라며 누구도 처벌은 커녕 책임도 지지않는다. 이 과정속에서 허공속으로 날아간 돈이 도대체 얼마인가? 그런데 금융권은 말할것도 없도, 거품을 부축인 언론 역시 단 한번의 사과도 없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경제시스템은 정말 올바르게 기능하고 있는 것일까?

평범한 사회인이라면 대개가 TV, 신문을 통해 경제적 정보를 얻는 것이 보통이다. 각종 수치와 통계자료를 통한 분석과 의견제시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뢰를 준다. 그런데 이것만 믿고 투자한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 왜 소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의 예측은 거의 맞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실제 경제는 소수의 경제리더들의 의해 결정되며, 일반인이 접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라고 말한다. 언론에 노출되는 지수, 수치, 통계, 기사는 이들이 여론을 몰아가는데 필요한 만큼만 노출되며, 심지어 임의적으로 조작되기도 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폭등과 폭락의 이면에는 감추어진 진실이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금융이라는 것은 실물경제를 위한 것이였다. 돈은 있지만 아이디어가 없는 일반인은 저축을 하고,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은 없는 경제인은 이돈을 빌려 경제를 활성화 시킨다. 이 과정을 원할하게 하기 위한 것이 금융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실물과 큰 연관도 없을 뿐더러 어느 순간에는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한 행동이 투자에서 투기로 변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 작은 경제적 행위가 어느 곳의 옥수수 값을 올려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가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가? 아프리카 사람들은 옥수수가 없어서가 아니라 비싸서 못 사먹는다고 한다. 옥수수가 실제로 필요치 않는 사람들이 단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한 행위때문에.

이 책은 지금의 상황 분석 이외에도 앞으로의 상황 예측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중 흥미로운 것은 기축통화로 기능하고 있는 달러의 미래이다. 저자는 앞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현재의 달러가 기축통화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운 통화체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금과 은의 가격차다. 금과 은은 실제량이 1:20정도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차는 1:15정도로 안정적이였다. 그런데 현재 금값은 폭등했는데도 은값은 비정상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금과 은의 가격비는 1:70정도까지 벌어졌는데, 앞으로 있을 새로운 통화체제를 위한 준비가 아니겠느냐 하는 것이다. 여러 예상 시나리오중 최악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다.

경제는 숨을 쉬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들이마쉬는 것(경제성장, 새로운 시장 개발)도 중요하지만 내쉬는 것(불황, 붕괴) 역시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내쉬지는 않고, 계속 들이마쉬기만 하고 있다. 이자와 복리에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붕괴할 수 밖에 없는데, 경제 위기라는 이유도 돈을 퍼부어 이를 뒤로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 지금이다. 돈을 빌려 이자를 내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야 하며 새로운 부채가 늘 필요한 현재의 경제 시스템. 진심 어린 예측과 정확한 정보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만히 있는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의견과 사실을 구별할수 있는 안목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수 있는 지식을 갖추어야 살아남을수 있는 시기인것 같다.



- written by 호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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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이런책2009.11.03 03:15

편지로 통(通)하다.

 

 

손글씨로 쓰여진 편지를 써 본적이 거의 없다. 손 쉽게 메일을 보내보지만 메일이 편지의 정서를 대체하기는 힘들것이다. 뚝딱 해서 '매일' 볼 수 있는 메일이 아니라, 날짜가 박히고 편지를 보낸 사람만이 보낼 수 있는 향취가 남아있는 오래된 편지박스에서 다시 꺼내 읽을 때의 마음은 세삼스럽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혜진이 엄마의 물품을 정리하다가 만난 편지글은 수 십년을 넘어선 사랑의 정서가 함께 다가온다. 

 

창밖을봐.바람에 나뭇가지가 살며시 흔들리면 니가 사랑하는 그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귀를 기울여봐..가슴이 뛰는소리가 들리면 니가 사랑하는 그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눈을 감아봐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면 니가 사랑하는 그사람이 널 사랑하고 있는거야.

 

제목 만큼이나 클래식한 내용은 잃어버린 청춘의 그 시간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수요일에 빨간 장미와 함께 보낸 편지든, 10월의 마지막 밤을 생각하며 보낸 편지든 편지가 주는 느낌은 여전히 살아있다. 편지를 주제로 한 책을 만나는 길은 어쩌면 아무도 걷지 않은 오솔길 같을 것이다. 도시에서만 자란 아이들에게 오솔길은 '없는'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좋은 길을 걸으면 드는 생각과 느낌이 좋은 글 속에 담긴 편지 내용에서도 같지 않을까.

 

떠난 님 보내지 못해 부친 편지 - <능소화>(예담)

 

420년 전의 무덤에서 발굴된 한장의 편지. 몸은 썩어 미이라가 되었건만, 편지는 온전하다. 31살의 이응태의 죽음을 보내는 한 여인의 편지 구절구절마다 애절함이 묻어있다.

 

"당신 늘 나에게 이르되, 둘이서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자식은 누구한테 기대어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시나요."

 

어린 아들과 뱃속의 아이를 둔 여인이 서른 한 살의 나이로 떠난 님을 차마 보내기 힘들어, 삼과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짚신)를 만들고, 정성스레 쓴 편지 한 장을 무덤에 함께 두었다.

 

"함께 누워서 당신에게 물었죠. 여보, 남도 우리 같이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 같은가 하여 물었죠. 당신은 그러한 일을 생각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나요.”
 

한지 오른쪽 끝에서부터 써내려간 편지는, 왼쪽 끝까지 가득 채우고 모자라 위 여백으로 이어진다. 그러고도 모자라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나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다시 글 첫머리 쪽 여백에 거꾸로 씌어 있다.

 


 
이 원이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조두진이 쓴 소설이 <능소화>이다. 다른 봄꽃들 다 지고 난 여름날 붉고 큰 꽃송이의 꽃을 피우고 활짝 핀 모습 그대로 지는 꽃, 능소화. 차마 병으로 떠난 님이나 그 님을 그리는 마음이나 능소화처럼 핀 그 순간에 지고 마는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꽃이다.

 

꽃이 이쁘고 향기로운 것을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누가 꽃을 사준다고 하면 꽃이 시들어가는것을 보기 싫어 꽃보다는 다른 것을 사달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꽃이 시들지 않고 원래 모습 그대로 툭 떨어지는 능소화라면? 오히려 더 처연한 모습에 그저 붉은 꽃잎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려 그대로 내 마음에 박혀버릴 것 같다. 여름에 핀다는 소화꽃. 하늘을 이기길 바래 여늬가 지어준 능소화. 아마 아직도 여늬 무덤가에 핀 붉은 능소화는 여전히 응태를 부르고 있겠지. 두 손 잡고 함께 거닐면서 옛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오늘은 님을 생각하며 여늬처럼 편지를 한통 써 두고 싶다. 능소화 향기를 맡으며. 오랜시간이 지나 내 편지도 누군가에게 울림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학진사랑)

 

 

 

편지로 소통하다 -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문학동네), <샘에게 보내는 편지>(문학동네)

 

 여기 '나'가 있다. 나는 여행얼 하면서 사람들을 숫자로 기억한다. 751. 나에게 주소를 알려준 사람들이다. 3년여 동안 맹견(눈이먼 개, 한때는 맹인견이었다) '와조'와 함께 다니면서 모텔에 들어가면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답장이 집으로 오면 또 답장을 쓴다는 핑계로 여행을 끝내려 했지만 좀처럼 편지는 오지 않는다.  '18. 오늘, 나에게 아무도 편지하지 않았다(39).'

 

홀로 여행을 다니고 편지를 쓰는 '나'를 이해하려면 끝까지 그와 함께 해야한다. 그의 내면에 조금 더 다가간 후에 드는 느낌은 무엇일까.

3년이라는 여행동안 그에게 '와조'만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정말 와조만이 가족이었을까? 그가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 기억 등 모든 것들이 마음속에 담겨 있는데 여전히 외롭다 말할 수 있을까.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아니 살아갈 이유가 생겼다. 한 통의 편지로 인해 그는 하루를 버틸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통해 드디어 살아갈 의욕이 생겼다. 이제 조금은 행복해졌을까? 덜 외로울까? 부디 사람들의 소식이 끊기지 않고 그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만일 누군가 내게 편지를 써달라고 한다면 이십대에는 편지를 썼겠지만 지금은 아마 쓰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니, 그때 내가 잘못생각했었다. 나는 낯선 누군가에게 나를 내보일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할만큼 세상살이에 영악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편지라는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내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시작은 '나'라는 존재가 있음을 전하는 인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득 오랫동안 써보지 않은 손편지를 써볼까..싶은 마음이다. 지금의 내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딘가의 당신에게. (치카)

 

<샘에게 보내는 편지>는 자폐아 판정을 받은 손자에게, 우울증을 앓았던 전신마비 할아버지가 보내는 편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황 자체가 극적이고 자칫 산파조로 흐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책에서 시종 풍기는 인상은 장애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평범한 편지였다. 누구에게나 가슴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편지라는 뜻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여러 번, 나에게 향하는 편지라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고 화해하고 손을 내미는지, 나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 때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완벽한 사람의 완벽한 충고가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의 소박한 조언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자연과의 대화를 편지로 보내다.-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삼인), <야생초편지>(도솔),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좋은생각),<솔숲에서 띄운 편지>(동연)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한 편 한 편의 나뭇잎 편지가 모여서 우리에게 웅숭깊은 숭늉의 맛처럼 다가오는 글들입니다. '이철수'라는 판화가를 아시는 분들은 당연히 이미 이 책을 손에 들고 계시겠지요. 저는 처음 만나시는 분들에게 조용히 이 책을 추천해 드립니다. 겨울이 가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지면서 스스로를,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작지만 아름다운 책, 놓치지 마시기를….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들풀처럼)

 

 

  하루 하루가 쌓여가는 일들을 사소하지만 의미를 부여하고 또 인생의 철학과도 연관지어 생각하는 작가의 말들을 되새기면 명상을 하는 기분을 들게 했다. 처음에 길게 느껴졌지만  읽고 나면 편지한장 받았을 때처럼  기다림이 때로는 그 자체로서 기쁨이 되리라는 조용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릴리)


 책의 황토색나는 표지와 조금 거칠은 표지표면을 어루만지다 보면 야생초라는 제목과 참 잘 어울리고 약간 누런 종이재질에서도 작가가 생각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작가는 우리주변에 흔한, 혹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많은 들풀들을 하나하나 그려가면서 기록한다. 그리고 행간에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같이 사는 지혜로운 이야기를 해 준다. (야생초 편지 / 텅빈하늘)

계양산이 위치한 인천시는 철새사무국을 유치해서 조류보전에 앞장선다고 하고 뒤로는 새들의 서식처인 송도갯벌의 매립을 추진하는 한편, 벌써 몇 년을 두고 롯데건설과 손잡고 인천의 마지막 녹지 계양산을 골프장으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지금도 릴레이단식과 서명운동을 통해 계획 백지화를 향한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솔숲의 고공에 오른지 100일이 다 되가는 시점의 한 인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글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의지를 흐트러트리지 않기 위한 다짐이 엿보인다. 다짐을 공고하게 해 주는 것은 그가 상당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책은 『좁쌀 한 알』이었다.

 

친구가 똥물에 빠졌을 때 우리는 바깥에 선 채 욕을 하거나 비난의 말을 하기가 쉽습니다. 대개 다 그렇게 하며 살고 있어요. 그러나 그럴 때 우리는 같이 똥물에 들어가야 합니다. 들어가서 여기는 냄새가 나니 나가서 얘기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면 친구도 알아듣습니다. 바깥에 서서 나오라고 하면 안 나옵니다. - 『좁쌀 한 알』 최성현, 도솔, 147쪽


솔숲시위를 시작하고 56일 만에 윤인중 목사에게 바톤을 넘겼던 신정은씨의 일기는 좀 더 인간적(?)이어서 오히려 공감이 간다.

 

“뭣 하러 와! 오지 마! 안 와도 건강하게 있으니까 오지 마!” 하며 오시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 행동이 부끄럽다거나 후회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겉으로는 강한 모습을 보이시지만 이 모습 보면 속이 얼마나 타실는지. 마음 아파할 부모님께 너무나도 죄송하기에....... p.256

 

210일. 솔숲 높은 하늘에서 쓴 두 사람의 일기는 편지가 되어 세상을 향해 이야기 한다. 읽고 있으면 마치 숲속에서 명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황대권의 ‘야생초편지’가 갇힌 공간속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것이라면, 자연과 소통을 위해서 산 속에서 그것도 소나무 위의 ‘까치와 같은 높이’에서 펼치는 외로운 투쟁기이다. (소일)

 

 

 

기다림 - <외딴방>(창비)

 

신경숙은 그의 자전적 소설 <외딴방>(창비)에서 "열 여섯에, 그 파란 대문집 마루에 앉아 오빠의 편지를 기다리다가 내 발바닥을 쇠스랑으로 찍어버렸던 열여섯에, 나는 생은 독한 상처로 이루어지는 거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그 독함을 끌어안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순결한 한 가지를 내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그걸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야겠다고. 그러지 않으면 너무 외롭겠다고. 그저 살고 있다가는 언젠가 다시 쇠스랑으로 또 발바닥을 찍어버리겠다고."고 이야기 한다.

 

신경숙의 부드럽지만 조금은 서늘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녀가 들려주는 '외딴방'이 그날, 그 추억 속의 외딴방뿐만이 아니라 지금, 그 기억을 토해내며 살아가는 현재의 방 역시 외딴방이라는 사실이다. 조심스레 조심스레 오래전 기억들을 되집으며 공장 생활과 그날의 일까지 들려주는 과정 속에 현재의 화자(話者)인 주인공은 아직도 외딴방에서 살고있는 것이다. 편지가 그녀의 외딴방에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들풀처럼)

 

 

편지가 준 생의 변화 - <다른 남자>(이레)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원작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의 중단편소설 모음집의 제목과 동일한 <다른 남자>는 아내가 죽은 후 한 남자로부터 온 편지를 통해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자 이야기다. 그가 아내를 사랑했는지 모르지만 그 아내와 아이들은 그와 함께 한 행복한 시간들이 결코 많지 않았다. 아내를 추억하고 살아가기가 그에게 충분할지 모르지만 그를 제외한 가족들에게 그는 어쩌면 낯선 존재인지 모른다.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사회에서 인정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가족들이 바란 것은 그것이 아니다. 그가 아내의 부정을 알고 딸을 찾아갔을 때 그가 어떤 삶을 살았고,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게 된다. 또 아내의 부정 상대가 보여준 거짓과 허세에 조롱하고 비웃음을 날린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알게 된다. 무미건조했던 삶에서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행인)


전쟁의 참화에서 변하는 인간의 모습 - <잘 가요 언덕>(살림)

 

재일 학도병으로 끌려가 천황폐하만세를 부르며 카미카제로 죽어간 그들이 남긴 편지를 보며 당혹감에 빠질 때가 있다. 진심이었을까. 검열을 통과해야 하고, 남은 가족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고 싶다. 영화 <난징, 난징>에서는 일본군 장교가 잔혹한 성폭행과 살인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다. 죽이라고 한 한 사람을 살려주고. 그를 좋아한 그의 부하는 그를 남겨두고 군대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한 인간이 전쟁에서 겪어야 할 이중성이 때로는 자살로, 때로는 살인과 성적 방만으로, 때로는 살아남는 것만 남겨둔 채.

 

위안부로 끌려가 전쟁이 끝난 줄도 모르고 캄보디아에서 반세기를 살았던 '훈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위안부 문제를 소설로 쓸 생각을 했다는 차인표. 소설속의 가즈오 대위는 영화 <난징>의 그 일본군 장교처럼 욱일승천기의 깃발을 들고 전쟁에 나섰다. 천황폐하를 위하여 죽음을 각오한 전쟁이니 승리의 열정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목적도 의미도 잃어버린 전쟁은 그에게 깊은 회의를 일으킨다. 그가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가 살아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생명수처럼, 어머니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울고 있는 어린아이처럼,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이다.

 

 

편지의 왕래가 사랑을 싹 틔우다. - <키다리아저씨>,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민음사)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는 참으로 유쾌하고 발랄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얼굴도 본적 없지만, 한 달에 한번 편지를 쓰는 조건으로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호의에 주디는 호응한다. 편지를 받을 사람을 알지못해, 주디는 아저씨를 나이 많고, 인자하며 키가 클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10대의 발랄함, 순수함, 그리고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편지글이 계속되지만 글은 지루하지 않다. 정작 '키다리 아저씨'는 부잣집 도련님. 그도 주디의 편지로 사랑의 감정이 싹 터오른다. 우연이나 마술이 아닌 편지글이 한 고아 소녀와 부잣집 청년을 연결하는 오작교가 된다는 상큼하면서도 독자를 행복해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감미로운 사랑의 시인이기도 한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에게 오는 수 많은 편지들을 처리하기 위해 시골 마을의 청년 마리오를 우편배달부로 채용한다. 시원한 바다풍경을 배경으로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는 네루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리오는 그의 우편배달부라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높다. 하릴 없이 보내야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우편배달부)을 만난 것처럼, 그에게 새로운 사랑이 나타난다.

 

"파블로 선생님 안녕하세요. 중요한 일이 있어요."

"중요한 일인가 보군. 말처럼 씩씩거리고 있어."

"전 사랑에 빠졌어요. 어쩌면 좋죠."

"별일 아니군. 심각한 병이 아니야. 치료약이 있으니까."

"아니에요. 아니에요. 치료약은 필요없어요. 전 너무 아파요. 그런데 계속 아프고 싶어요"

 

네루다로 부터 시를 알게되고, 자신의 시적 감성을 깨달은 마리오는 연인에게 사랑의 시를 적어 편지로 보내고 결국 사랑을 하게된다. 네루다의 편지를 마리오가 '메신저'가 되었다면, 마리오와 연인을 잇는 '메신저'로서 네루다가 있는 셈이다.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쓴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네루다와 이슬라 네그라의 시적인 향기에 흠뻑 취한 작가였다. 그도 젊었을 때 우편배달부 마리오처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 위해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를 뒤적거리곤 했다고 한다.

 

 

조선 선비들의 편지 -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소나무) <아버지의 편지>(김영사)

 

세계문학사를 통해 배출된 아름다운 편지글들은 많다. 그러나 26세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13년간 지속된 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파격적인 편지 교환의 주인공들은 바로 예를 중시하던 조선시대 성균관 대사성 이었던 58세의 퇴계 이황과 과거에 급제한지 얼마 안된 32세의 고봉 기대승이다. 김영두는 오랜 작업을 통해 13년 간의 편지글을 한글로 번역하여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예를 따지는 것이 가식적이고 답답하다고 여기는 현세대에게도 13년 간 변함 없는 자세로 예를 다한 이들의 글을 접한다면 고개가 절로 숙여질 것이다. 진정한 예란 마음에서 스스로 발현되는 까닭일 것이다. 일상의 편지들로 그들의 교류가 시작되고 학문적인 논쟁이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하루하루 늘어가는 자잘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며 다독이는 모습에서 나이와 시대를 초월하는 우정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의 편지>는 조선시대에 사대부 집안의 부모자식간의 편지왕래중에서도 아버지의 편지글만 가려 뽑았고 그 글을 쓴 10분의 선비들도 낯설지 않다.

배움은 정밀하게 따지고 살펴 묻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너희가 일찍이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고, 의문이 생기지 않으므로 물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다면 아무리 많이 읽은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힘쓰도록 해라. ( 유성룡의 편지에서 ) (92)

하고 많은 일 중에서 흐트러진 마음을 거두는 것만큼 제일로 중요한 일은 없으니 명심하고 명심해라. ( 박제가의 편지에서 ) (260)


어쩌면 우리도 자라면서 들었을, 혹은 듣고팠던 준엄한 아버지의 목소리가 이 책에는 절절히 넘쳐난다. 소소한 장맛을 물어보는 아버지의 잔정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 자세에 대하여 일갈하시는 큰말씀까지 어느 것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이 책을 좋아하는 것이리라. (들풀처럼)

 

 

타인의 편지를 엿보다 - <시네마 레터>(루비박스), <작가들의 연애편지>(생각의 나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소담출판사)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작가들의 편지는 단순히 안부나 소식을 전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공간이고, 남이 아닌 오히려 자기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같은 작가끼리 격려와 비판을 나누는 곳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생판 남인 두사람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작가들에게 편지는 좀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습작의 장이었고, 이미 많은 세계 유명 작가들의 편지 역시 문학작품만큼 문학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남에게 쓰는 편지가 내게 무슨 의미가 있고, 얼마나 재미가 있으려나- 처음 받은 책의 표지는 너무 예뻤지만, 소장용으로 만족할 것 같았고, 내용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한 나는 작가들이 느꼈던 아픔과 기쁨과 즐거움에 마음이 자꾸 촉촉해졌다. 이미 잃어버린 사람을 향한 그리움, 과거를 추억하는 기쁨, 상대방을 비판하고 격려하는 그들의 글은 마치 나를 향한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 편지가 쓰여진 이유인 수신자가 부러웠다. (작가들의 연애편지/ 인메이)

 

당대 최고의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문학지망생인 프란츠 크사버 카프스에게 보낸 열통 남짓의 편지를 묶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와 자신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다. 한 젊은 시인이 예술과 인생 사이에서 고민을 하며 릴케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신에는 고독과 같은 인간 존재의 근본문제와 신, 죽음,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한데, 이는 모두 릴케가 쓴 시의 소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베를린 출신의 여류 문인 , 리자 하이제 부인, 그리고 자신의 부인인 클라라 등 릴케가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릴케의 애정관을 엿볼 수 있다.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cpj1001)

이처럼 편지에서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그 사람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을 거듭한 가운데 상대방에게 보내졌을 편지를 생각하면 릴케가 쓴 편지는 단순한 편지 이상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반영하는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언젠가 나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신지혜의 영화음악>에서 흘러나오던 편지. 막시무스의 아내가 막시우스에게, 아오이가 준세이에게, 조제가 츠네오에게, 그리고 에리카와 해리의 사정들. 처음 제목을 읽고 영화속의 편지들이 떠오르는 것이 없지만, 신지혜가 들려주는 목소리를 따라 장면이 떠오르고 마음속의 파고가 밀려온다.  

 

편지에는 설레임이 들어 있다. 부모에게든, 자식에게든, 친구나 연인에게든 간에 몇 장의 종이 위에 펼쳐지는 애틋한 사연들은 그걸 써본 사람이나 받아본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설레임을 전해준다. 비록 슬픈 내용일지라도. 이 책은 그런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다. 많은 영화 관련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주인공이 말을 걸어온다. 마치 마주앉아 이야기 하듯이. 그래서 그 독특함과 재미가 있다. 더불어 편지를 읽으며 떠올리는 영화의 한 장면들은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지나간다. 내용을 읽다보면 맞아, 그랬을 거야!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추억 속에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를 읽는 듯 했다. (시네마 레터 / 롤러코스트)

 

동생 테오와의 편지와 몇 몇 동료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그의 그림들로 구성된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고흐가 화가로서, 한 남자로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았는지 그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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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추천도서2009.09.29 01:15

여자가 색을 밝힌다는 억측은 중세 유럽에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의 대중문학은 이 주제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새 신부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가 오로지 섹스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 남자의 이야기다. 신부는 결혼하면서 지참금을 나부럽게 가져오지 않게 가져왔고 충만한 성욕도 빠뜨르지 않고 챙겨왔다. 그는 신부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좋은 신발과 예쁜 옷도 사주고 "온 힘을 다해 섹스에 임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그는 "젋고 영양상태가 좋은 아내는 / 섹스를 자주 하고 싶어하는데"자신이 신부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신부가 자신을 떠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침대에서 신부에게 자기를 왜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부끄러운 척하면서 신랑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 - 그녀가 손에 쥐고 있는 발기한 성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차마 솔직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신부는 자신을 사랑해주고 잘 챙겨주고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혀줘서 신랑을 사랑한다고 대답했다. 신랑은 순순히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섹스를 못하면 / 당신은 나를 개보다도 싫어할 거면서." 그녀는 신랑의 성기를 '바깥기관outhouse'이라고 부르면서, 아니라고 맹세했다.  "[성기따위는] 암퇘지가 물어갔으면 좋겠어요. / 그렇게 해서 당신이 목숨을 잃는 게 아니라면." 신랑은 이렇게 응수했다. "내 성기가 잘리면 / 당신은 나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을 걸."

 

 그녀가 남편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뿌릴 정도로 완강하게 부인하자 어부는 진실을 캐리라 결의를 다진다. 절호의 기회가 곧 찾아온다. 어부가 센 강에 배를 띄우고 물고기를 잡고 있는데 사제의 시체가 배 곁을 둥둥 떠갔다(해설자는 어찌 된 사정인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느 기사의 아내가 사제와 '맨살을 맞대고 여성상위 체위로' 성관계를 맺고 기사는 그 현장을 포착한다. 중세문학의 전형적인 서사가 그렇듯, 사제는 받아 마땅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는 강에 몸을 던졌고 '성기를 삐쭉하게 늘어뜨린 채'익사한다)

 어부는 물에 불은 사제의 시체를 보고 "이 세상 모든 것 중에서 / 그의 성기보다 더 / 그녀가 싫어하는 것은 없다"던 아내의 말을 떠올린다. 그는 칼로 사제의 성기를 잘라서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노를 저어서 강기슭으로 간다. 집에 돌아온 그는 "그 자리에서 죽을 것처럼 / 무척 침통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사악한 기사 세명에게 꼼짝없이 잡혀서 몸을 절단당할 뻔 했는데 기사들이 그나마 자비를 베풀어 어느 부위를 잘릴 것인지 고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당신은 내 성기에 관심이 조금도 없다고 / 말하게 생각나서 / 성기를 자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사제의 성기를 바닥에 던져 아내에게 보여줬다. 그녀는 남편의 술수에 말려들었다. "이럴 수가!" 그녀는 소리쳤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나다니 / 하느님께서 당신의 명을 짧게 해주기를! / 이제 당신 몸보다 더 / 내가 싫어하는 것이 없으니 /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겠어요!" 그녀는 즉시 하인에게 짐을 싸라고 시켰다.

 

 그녀가 떠나기 직전에 남편은 그녀를 불렀다. "여보."그는 그녀에게 이례적으로 후한 선물을 주겠다고 ㅎ나다. 그가 남편 노릇을 한 기간이 아무리 짧을 지라도 그녀에게 당연한 몫을 주지 않는 것은 남편으로서 의무를 저버리는 거라면서 그녀에게 재산의 절반을 가져가라고 했따. 하지만 거세를 당했으니 엉덩이에 매달린 주머니에서 그녀가 직접 현금을 꺼내 가라고 했다. 주머니를 뒤지던 그녀의 손가락이 맞닿은 것은 뜻밖에도 "그의 바지에 툭 튀어나온 / 원기 왕성한 그의 성기였따. / 그녀가 손바닥에 쥐고 느껴보니 / 단단하고 달아올라 있었다. / 그녀의 온 가슴은 기쁨으로 고동쳤다." 이게 무슨 기적이란 말인가? 젊은 여자는 황홀력ㅇ에 빠져서 하인에게 짐을 다시 풀라고 소리쳤다.  "나의 주인님이 성기를 찾으셨네 / 우리 주님께서 하신 일이나네!" 그녀는 섹스 말고 다른 게 중요하다는 가식을 모두 버리고 남편의 소중한 성기를 잡았다. 해설자는 다음의 메시지를 전달했고,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따고 한다.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 하겠다 / 어떤 아내가 남편이 있는데 / 아무리 잘생기고 아무리 똑똑하고 / 아무리 존경받고 / 훌륭한 원탁의 기사 / 가웨인보다 더 멋지다고 해도 / 남편의 성기가 잘리면 / 곧바로 남편을 버리고 / 제일 못난 남자를 찾을 것이라네. / 자주 섹스를 해줄 / 남자를 찾을 때까지

 

 

뿌리와 이파리라는 출판사는 참으로 고지식할 정도로 좋은 그러나 다소 딱딱한 책을 내는 출판사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책은 아니다.

I DON'T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수잔 스콰이어 (뿌리와이파리, 2009년)
상세보기

 

<I don't 남자들은 덮고 싶고 여자들은 알고 싶은 결혼의 역사>는 유쾌하다. 창세기부터 마루틴 루터의 시기까지의 성과 결혼의 문화사를 다룬 내용이다. 시대를 넘나드는 통사가 딱딱하기 마련인데, 마치 세익스피어의 희곡을 보듯 재미있다. 데카메론, 아라비안 나이트가 여전히 열독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성과 결혼의 문화사는 과거의 이야기와 문학이 지금도 여전히 다가온다. 

재미있는 결혼생활사. 무릇, 혈기방장한 사춘기부터 성불(!)에 대한 미래의 불안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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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 집을 나가다 -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여덟 가지
_ 언니네트워크 (엮은이)/에쎄,2009-06-10 00:00:00

 

  
 
# 둘만 함께하는 삶이 아니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결혼.
 
  혼자 살아가야하기에, 더욱 고민해야 하는 비혼.
 
 
  서로 사랑해서 없으면 허전할 만큼, 깊은 유대의 끈이 맺어졌다 생각하더라도, 결혼은 쉽지 않다.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아버지 등 다른 가족과의 연결된 일상과 문화까지 인내하고, 서로 인정하며, 대화로써 살아가야 한다. 둘 만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사회의 흐름에 맞게 살아가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에게는 결혼을 말리고 싶다. 누군가의 기대, 사회에서의 인정에서 벗어나는 독립적인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충분히 깊은 사랑을 받은 본 이는 알고 있다. 절대적 지지 속에 숨어있는 내 의사에도 따라야 해라는 암묵적 의지를 느낀이에게는 결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현실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명절과 가족모임 등, 내가 원하지 않지만, '아내', '며느리'이기에 해야 하는 삶이 부담스러운 이는,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들 그렇게 해 왔기에,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견뎌내야 하는 고통을 바라보는 일은, 남자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니까.
 
  혼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혼생활 이상으로 힘겨운 의지와 결정이 필요하다. 아무런 간섭없이 당당하게 내 시간을 통제하는 무한의 자유의 삶을 꿈꾼다. 이루어지지 않는 꿈일 뿐이다. 사소하고 귀찮은 일상의 일을 혼자 해 내야하고,  때로는 외로움과 싸워야 한다. 다른 선택지의 삶을 보며, 남들처럼 무난하게 살아도 괜찮을텐데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당당하게, 내 삶을 내가 선택했기에 이겨내야해라며 용기내야 하는 힘도 필요하다.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법적인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삶을 사는 이에게도, 핍박과 매도를 당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인식의 변화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는다. 힘겨운 삶, 혼자가 아닌 함께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제도가 주는 즐겁고 매력적인 생활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가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회적 눈치를 보며 살아야하는 삶은 불합리하다 생각한다. 명절때 다가오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취업과 결혼 스트레스, 걱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지나친 간섭들은 잘 살고 있는 솔로들을 죄인으로 만들고, 피하게 만든다. 공동체가 함께 모이는 명절이라의 의도를 없애버린다.
 
 
#  '정상가족'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도 괜찮아.
 
 
  '엄마', '아빠'가 모두 집에 있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도, 가정환경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나 자신뿐이라도 말이다. 책을 읽으며, 결혼 전에 따지는 부모님은 뭐하시느냐는 질문, 부모님이 살아계시느냐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둘이 결혼하는데, 부모님이 왜 중요한 걸까. 가정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게 결격 사유가 된다는 이유에 동의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모님 세대에서 이혼이 불륜과 파산 등 끝장까지 보는 상황에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서로가 합의한다면 가능한 선택으로 변한 세대간의 격차에서 오는 차이가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고민하는 이에게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결혼을 반대하는 반결혼주의자가 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남들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보며 공감을 폭을 넓어갈 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난 다른 일을 하는데 괜찮더라는 응원의 힘을 전해주는 책이다.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 피할 수 없는 힘겨움과 그 힘겨움을 극복하거나,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28가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단체에서 나온, 결혼이 아닌 비혼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미혼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자식을 둔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는 가족제도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하는 계기를, 남성에게는 결혼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책이다. 특히, 결혼생활을 하는 남성에게는, 결혼제도 안의 늪에 빠진 아내의 힘겨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가부장적인 가족의 모델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순진한 남성에게 더욱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자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공간이 어머니에게 여성에게는 얼마나 힘겨운 과정인지 알게되어, 삶의 가치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는다. 연애에 한참 빠진 연인이라면,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좋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결혼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점검하는 일은 필요하다. 수 많은 인생에 놓여진 선택의 과정을 위한 자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돌아보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출산의 이유가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아서, 젊은 미혼여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부당하다 생각한다.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건 미혼여성에 대한 매도가 아닌,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도 아무런 걱정없이 아이들을 성인으로 성장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지원을 하는 일이다. 양육비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교육제도가 잘 정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생각한다. 결혼하는 일을 희생으로 만드는 가부장적인 제도를 사회에서 함께 공론화하면서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잘 만들어진 제도를 이용하되, 누군가에게 희생이 되는 일을 무력화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할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을지,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나누며 고민해 봐야겠다.

- written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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