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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10.10.18 18:41

명탐정의 규칙
_ 히가시노 게이고/재인,2010-04-16 00:00:00

TV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을 더 많이 읽으려고 하다보니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었는데, 내가 책 읽느라 방에 들어와버리면 어머니 혼자 쓸쓸히 드라마를 보시다 주무시게 되어 어쩌다보니 거의 모든 드라마를 섭렵하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가 되풀이되는 아침드라마부터 일일연속극, 월화수목, 주말 드라마까지.
그런데 웃긴건 그 뻔한 드라마의 흐름을 늙으신 어머니도 훤히 꿰뚫고 있을 뿐 아니라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추임새는 기본이고 스토리상 비가 내려야 하는 장면이 나오면 살수차를 동원한거라 말해주지 않아도 촬영하느라 고생이 많네,라고 한마디 하신다. 그러면서 또 날마다 다음회의 드라마를 기다리시고 재미있게 보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읽고나니 꼭 드라마를 보는 낙으로 하루를 보내시는 어머니처럼, 단행본으로 나오는 명탐정 코난 시리즈를 기다리고 극장판 코난 애니메이션을 해마다 기다리고 TV판은 물론 단행본 특별판도 재밌게 읽는 조카녀석들이 생각난다. 너무 많이 읽어서 다 비슷비슷해보이는 것들이 재미없을만도한데 꾸준히 읽고 있다. 아, 물론 나 역시 그 지경에 이르렀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단행본은 내가 다 소장하고 있으니.
그래서일까, 명탐정의 규칙을 읽는동안 특히 명탐정 코난의 많은 장면이 떠올랐고 자꾸만 키득거리게 되는 것은.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나처럼 키득거리며 가볍게 읽거나 진지하지 않은 것 같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말장난에 화내거나, 혹은 이 어이없는 웃음속에 담겨있는 그만의 풍자와 비판에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거나 하겠지. 명탐정의 규칙은 그처럼 어느 한쪽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책이다. '본격 추리의 자학이 재미의 영역에 도달했다'라는 기타무라 가오루 작가의 표현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의 본질을 짧은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해내다니.

언젠가 한번쯤은 읽어봤던 추리소설의 내용들과 추리소설, 특히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일인칭 주인공이, 그것도 경찰청의 경감이라거나 하는 인물이 '내가 범인이다'라고 고백하는 것까지 빠짐없이 패러디해서 웃음을 던져주고 있다. '패러디 정신과 블랙 유머로 가득한 초현실 자학 미스터리'라는 건 정말 과장 문구가 아니었어.

그런데 나는 이 책이 최근작품이 아니라 이미 십여년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걸 알고 놀라버렸다. 본격 추리의 자학이 재미의 영역에 도달했을뿐만 아니라 블랙유머 안에 담겨있는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이 지금까지도 무뎌지지 않았기에.



- written by 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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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신간 <B급좌파:세번째 이야기>를 읽는다. 언제나 명쾌한 문체의 김규항의 글이라 술술 들어온다.

몇일 전 누군가 해준 김규항-진중권의 논쟁이 생각이 난다. 진보신당의 대중화에 대한 비판이라한다. 진중권이 이에 화답하여 이야기가 꽤나 오간 모양이다. 진보적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닥 잘 행하는 것이 없어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니 좀 안타깝다. 계급과 진보주의라는 명제가 공허하게 다가온다. 말하는 이는 어떤 실천을 하고 있을까? 얼마나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에 한 집단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 싶다. 그에 대해 좌파 바바리맨으로 댓구한 것도 어쩌면 또하나의 규정이지 싶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글이 눈에 안들어온다. 왠지 타자만 있고, 주체는 없다. 나는 무엇을 하고 나는 무엇을 잘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 선명한 칼의 자루는 숨겨진 느낌이다. 그래서 진중권이 숨겨진 난장이나 신학으로 비판한 모양이다. 그러나 공격이든 방어든 별로 진보적이지도 않고, 발전적이지도 않아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은 박래군이다. 누구에 못지 않은 사람으로, 책보고 글써가며 살아갈 수 있겠지만 항상 실천현장에 있다.

 

또 한사람 부동산계급사회를 쓴 손낙구다. 국회의원 보좌관일때도 집에는 100만원만 가지고 갔다. 나머지는 당으로. 부부가 사회운동하느라 예술고를 가고 싶어하는 딸 뒷바라지 못해 나오는 한숨이 기억난다.

 

또 한사람 박원순이다. 논쟁보다 대안을 만든다. 그래서 신선하다. 힘이 난다. 드러내지 않는다. 남을 규정짓지 않는다. 그래서 난 그가 진짜 좌파같다. 그래서 100인의 책마을의 한국의 좌파열전 결론도 그렇게 썼다.

 

어쨋든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소중한 사람이다. 현격히 밀리는 여론전에서 그나마 목소리를 내니 말이다. 다만 총구를 나의 순결함을 위해 쓰지 말고, 고통받는 민중을 위해서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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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_ 공지영 (지은이) /창비(창작과비평사),2009-06-30 00:00:00

 어째서인지 그녀의 책들은 읽고 나면 한동안 머리 속을 정리하느라 차분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고등어'를 집어들었을 때도, 읽고 나서 한동안 약간 우울감에 잠겨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도 영화는 안보고 책으로만 읽었는데 펑펑 울고나서 다시 공부하려니 공부가 손에 잡히질 않더라구요. 제 주변 사람들은 그래서 공지영씨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청승맞다나요...? (전 청승이라는 말 뜻의 의미도 잘 모르겠더군요;; ㅋㅋ) 하지만 그렇게 차분하게 우울감에 잠겨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라 '고등어'를 읽고 나서 내가 이 책을 왜 읽었을까 후회했던 것도 잊고 도전! 게다가 이 책, 페이지수가 얼마 안되잖아요 ㅋㅋ 왠지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결과적으로 금방 다 읽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고등어'를 능가해 저를 짓누르더군요. 저는 이런 종류의 사회적 부조리를 몸서리칠 정도로 싫어합니다. 무진시에는 자애 학원이라는 농아들을 위한 학교가 있습니다. 농아들 중에는 태어날 때는 정상적이었다가 나중에 귀가 먹은 아이들도 있고, 태어날 때부터 다른 지적 장애까지 동반한 아이들도 있죠. 그런 아이들을 데려다가 공부를 시키는 곳에서 있어서는 안되고 입에 담기도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교장, 행정실장, 그리고 생활지도담당 선생님이 그곳 아이 몇명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것이죠. 지적 장애까지 겹친 유리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15살이 되기 까지 계속 세명에게 돌아가며 성폭행당하고, 그저 듣지만 못할 뿐인 연두는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추행에 그치고, 그리고 민수와 얼마 전 자살한 그의 동생 영수에게까지 손을 뻗치는 등, 남여를 가리지 않고 추행을 일삼아 왔습니다. 기숙사 사감이라는 윤자애는 아이 손을 돌아가고 있는 세탁기 안으로 넣어 린치를 하고 있질 않나, 밥은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형편없고, 도대체 이런 학교가 실제로도 있을까 싶었어요.


  자애 학원의 이런 어두운 면이 드러나게 된 것은 이 학교의 기간제 교사로 들어오게 된 강인호라는 선생님이 등장하면서입니다. 그는 서울 살다가 실직을 하면서 아내가 소개받아온 무진의 교직자리를 거절하지 못해 무진으로 내려오게 된건데요. 농아 학교라서 미리 수화도 배우고 이번 직장만은 어떻게 잘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왔건만, 영 학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거죠. 그도 정의의 사나이는 아니었지만 무진에는 같은 학교를 다녔던 서유진이라는 여자선배가 무진 인권 센터에서 일하고 있고, 강인호씨는 영문도 모르고 그냥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나보다 했던 일이 정말 장난이 아니게 지저분하고 더러운 일이었던 겁니다. 아이들의 증언을 추가할 수록 성폭력 상담센터 소장, 무진 인권센터 사람들, 강인호, 연두의 어머니, 거기다가 수화를 통역해주는 통역관까지 그 학교에서 자행된 범죄에 그만 할 말을 잃습니다. 아마도 이 어린 아이들 - 고작 15살밖에 안된 중학생이니까요 - 은 어른들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는 것에 안심하고 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죠. 저는 처음부터 너무나도 끝이 명백한 이 이야기에 계속 마음이 죄여왔습니다.


  상대는 무진시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무진의 윗자리들은 다 무진고, 무진여고 출신이거나 영광제일교회를 다니거나, 아니면 국회의원 출마를 앞두고 있거나 등등등... 이 이강복-이강석 형제에게 잘못보여서 좋을게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던거죠.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무도 선뜻 도와준다고 하지 못하고 말이 안되는 소리 취급을 합니다. 우리 사회의 윗자리는 다 한통속이라는데 이 책에서만큼 그걸 여실히 느낀 적이 없네요. 침을 뱉고싶을 정도로 불쾌했습니다. 경찰서도, 교육청도, 시의회도 다 그 나물에 그 밥. 서울의 방송사 피디에 의해 이 사건이 조명을 받게 되고 잘 풀려가는 듯 했지만 여전히 법정에서 그들의 죄를 입증하기에 그들의 입지는 너무나도 보잘것 없었습니다. 그저 사회 정의라는 허울뿐인 명제를 딛고 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거에요. 연두는 정말 법정에서 영특하게 답변을 해 주었고 유리도 민수도  모두 없던 힘까지 짜내주었습니다. 하지만 민수와 유리의 보호자는 그저 무식과 가난에 그만 두 손 들고 합의를 하고 만거죠. 민수의 부모님은 두분 다 지적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설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거고, 유리의 할머니는 처음에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지만 유리 아버지의 병원비와 유리 대학 자금까지 대준다는 말에 계속 마음이 걸려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습니다. 성폭행에 대체 합의라는게 있을 수 있냐고 반문하지만 제도가 그렇게 되어있는걸 어쩌겠어요. 당하는 사람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법의 허술함이 와닿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잠시 희망의 빛은 반짝였다가 다시 어둠속으로 묻히고 말아요. 이강석-이강복 형제는 그들의 연줄과 인맥으로 결국 집행유예를 받게 되고 실형을 사는 건 생활지도교사라는 박보현 하나에 그칩니다.


  정말 분통터지지 않는 일일수가 없지요. 강인호도 서유진도 그 일에 관여한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은 여기가 끝이 아니기에 법정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 풀죽어있으면 안되었어요. 끊임없이 시위를 벌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금 동분서주하는 동안 강인호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물론 자신의 딸, 새미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정말 두손 두발 걷고 그 사람들을 저주하며 그 사람들이 처벌받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겠지만 가정에서의 그의 위치는 돈을 벌어와야 하는 가장이자 아내 아는 사람의 소개로 자애원에 오게 된 기간제 교사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다지 뚝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편이 아니었던 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자애원 아이들을 도와주겠다는 결심을 뒤로 한채 무진으로 내려온 아내에게 설득당하고 서울로 올라갑니다. 사실 강인호처럼 사건에 깊이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자신이 그런 위치에 있는데 정의 운운하면서 가족을 내버릴 수 있는지. (거기다가 가족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이에요.) 이런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가족을 원망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할거야라는 생각으로 한발 물러서고 말겁니다. 저도 그런 상황에서는 뒷걸음질 칠 것을 알기에 더더욱 마음 한켠이 에려왔어요. 끝내 무시당하고 핍박받고 궁지에 처한 이들을 외면하고 서울로 떠나는 강인호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소시민적 태도를 볼 수 있었습니다.


  소시민적 태도라고 해서 꼭 비난하고 싶은 것은 아니에요. 가정을 지킨다는 것도 참 숭고한 일이지요. 딸아이를 먹여 살리고,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닐겁니다. 한 남자로서 직장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공지영씨는 이런 태도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단순히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기 위해 이 책을 쓴걸까요? 이 세상이 광란의 도가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강인호를 통해 우리의 끝까지 진실을 위해 매달리지 못하는 태도를 꼬집고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서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결말처럼 우리가 수많은 노력을 들였다고 해도 그것이 허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진실로부터 멀어지거나 아니면 진실을 추구하는 데에 지쳐 나가 떨어지게 만들죠. 서유진이라는 사람은 강인호와 다릅니다. 일단 직장부터 다르잖아요. 무진 인권 센터라니까요. 그녀는 끝까지 세상에 소외받는 이들을 위하여 일할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서 드는 제 생각은 세상을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만 할까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편해지자면 편해질 수 있건만 그 알량한 정의와 양심때문에 내 인생 하나를 오롯이 바쳐야 하는가도 딜레마죠.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선뜻 나서기 힘들테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강인호와 서유진을 왔다갔다 하는 통에 제 마음이 너무나도 번잡스러웠습니다. 왠지 내 자신이 비난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이런 자극을 받음으로 인해 의식의 저편에서 무언가 조그마한 것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이 책 하나로 제 인생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전히 소시민일거고 여전히 무기력하게 공부만 해대는 학생이겠죠. 그래도 이런 계기들이 조금씩 쌓인다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읽은 것 치고는 할 말이 참 많네요. 교과서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 내용이 정말 충격적인 만큼 저를 흥분의 도가니에 밀어 넣게 하는 책이었네요. 책을 읽은 건 좀 시간이 지났지만(한 2주일 전쯤?) 이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해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서평을 썼다면 그냥 흥분한 상태에서 지껄이는 헛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 진지한 주제를 싫어하시는 분, 말 그대로 재미있는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런 류의 책 질색하시겠지만 한번쯤 이런 우울과 진지함의 경계에 서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사실 여름쯤 나온 책이라 많은 분들이 읽었겠지만 (공지영씨 소설은 나오면 보통 베스트셀러니까..) 뒤늦게 공지영씨의 책을 알게 되었고 그녀의 예전 책들을 읽어보았더니 꽤 맘에 들었다면, 이번엔 '도가니'를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아아, 저는 이제 잠시 연두와 유리를 품에 안고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와 함께 안녕을 고해야겠네요. 다음에 이 책을 집어들게 될 때까지 말이에요.

- written by a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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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독서의 즐거움
_ 정제원 (지은이)/베이직북스 ,2010-04-25 00:00:00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책읽기라는 것은 놀다가놀다가 지쳐 도무지 다른 할일이 없을 때 한번 해볼까 하는 지겨움일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학교 수업시간 후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책읽기를 하고 싶어 도서관으로 뛰어가는 지상 최대의 행복일수도 있다. 솔직히 어느 누구가 더 낫다 라는 말은 좀 어리석은 말인듯하고 순전히 나의 입장에서 나의 즐거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어린시절에, 혼자 집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가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날이면 날마다 집 옥상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펴들었다고 한다. 학교도 다니기 전의 나는 그때 글자를 읽을 줄이나 알았을까? 내가 알기로 우리집에는 그림책이라는 건 없었으니까 분명 옆구리에 끼고 올라가 펼쳐든 책은 온통 글자투성이였을텐데.
어쨌든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시절을 빼더라도 나는 집에가면 혼자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던 것 같다. 언젠가 한번은 날씨도 화창한 오후였는데 에드가 앨런 포우의 검은고양이를 읽었던가. 텅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너무 무서워 사방을 두리번거려봤지만 오히려 그 적막함이 더 나를 위협하는 듯한 두려움에 떨었던 기억이 아마 유일하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때가 아닐까 싶다.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라고 되어있는 이 책은 이미 충분히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내게는 그닥 끌리는 책이 아니었다. 더구나 '교양인'이라는 말이 왠지 괜한 자격지심처럼 내게 거슬리는 말이 되어버려서 그저 책읽기에 관한 책이려니 싶어던 것이다.
그런데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를 읽고 난 후 책의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 목차를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던터라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차례의 제목을 슬그머니 훑어보게 되었다. 그런 후 바로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어버렸다.
사실 책의 소제목들이야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다 경험해보고 자기 나름대로의 책읽기를 통해 체득하고 있는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 소제목의 광범한 내용뿐 아니라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책들때문이었다. 물론 읽지 않은 책들도 많지만 내가 이미 읽은 책들은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물해 준 책들이었기에 저자와의 책읽기 코드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읽어보지 못한 책들에 대해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흥미를 느낀다면 그 책들을 읽어도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독서의 범위를 마구 넓혀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저자가 이야기하는 독서의 즐거움에서 배울 수 있는 노하우는 잘 기억하였다가 나 스스로의 독서의 즐거움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 책은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새삼 더 느끼게 해 주었으며 책읽기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또한 다시 확인해본다. 물론 진정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면, 그 책읽기를 통해 타인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을 터이니 책읽기가 혼자놀기가 아니라는 것 역시 새삼 생각해보며 웃음짓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내가 무척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두번째로 읽을만한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는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넘쳐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아직 내가 읽지 못한 다른 많은 책들을 읽으려한다는 것이 조금 맘에 걸리긴 하지만 뭐 어떤가. 그것 역시 소통과 만남 속에서 나를 발전시켜 나가고 내게 책읽기의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으로 행복할뿐.



- written by 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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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분류없음2010.07.22 01:54

못난 것도 힘이 된다
_ 이상석 지음 | 박재동 그림/양철북,2010-04-14 00:00:00

 



지금 생각해도 너무, 지나치게 모범적이었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와 비교하면 지금은 지나치게 ‘틀’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벗어나는 순간, 도시를 뛰쳐나와 시골에 집짓고 살림을 차린 뒤 느끼는 해방감이 얼마나 큰지 아마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모를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깊숙이 머릿속에 박혀 잊어버리지도 않고 있다. 당시 선도부활동을 하던 나는 규율을 단속하는 위치에서 자신의 몸가짐을 각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순종했다.

1학년 때 명찰한번 안 달고 왔다가 선도부실로 끌려가서 맛보았던 폭력과 위압의 분위기는 내가 ‘당사자’가 이후에도 고등학교 시절 내내 나를 지배해왔다. 당시 폭력의 일상화는 선후배간 뿐만 아니라 선생과 학생들 사이에도 만연했다. 집에서까지 폭력에 노출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그런 순종의 분위기 속에서 어느 날 찾아온 일탈의 상황이 나를 갈등으로 몰아넣었다. 같은 반 날라리로 소문난 급우가 미팅을 주선했는데 나갈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꼭 나야할 것은 없었다. 그 친구는 내가 ‘대타로서’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엔 대학을 목표로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만 해야 한다고 믿는 순진함에 작은 일탈도 큰 죄악처럼 느껴졌다. 순간의 본능. 승낙하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엔 미팅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있던 것이다. 점점 커지고  있어서 날짜가 다가올수록 두근거리는 마음은 더해져갔다.




전날 저녁엔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는데 당일 어찌나 가슴이 떨리던지 옆에서 혹시 내가 떨고 있는가 눈치 채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었다. 그 친구는 쉬는 시간에 나에게 와서 미팅이 취소되었다고 말했다. 눈치로는 대타가 들어선 것 같았지만 나는 그냥 알았다고 하고 안도의 한숨의 내쉬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당시의 깡으로는 미팅자리까지 가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도망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병신, 쪼다. 그 창창한 젊음의 기운을 도대체 어디다 다 묻어버렸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반항의 계절에 한번씩은 해본다는 가출도 집 나가면 개고생이 뻔하다는 생각에 조용히 집과 학교를 오가는 생활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부모님이 말씀하신 것, 선생님 말씀은 지키는 것이 항상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 ‘지도’만 좆으면 언젠가 성인이 되어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도 누구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믿음을 좆아 12년간을 남이 시킨 것만 하고 살았더니 정작 대학입학 후 풀어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속고 살았던 것이다. 다들 과거에는 한 자락씩 일탈과 방황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정숙과 규율을 강조하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가차 없이 폭력을 가했던 체육선생과 학생주임선생들의 과거는 어땠을까. 욕을 입에 달고 다니던 국어선생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점잖은 척 도덕을 강조하고 다니던 옆집아저씨의 ‘과거’가 궁금하다.

아니,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 사람치고 과거에 순종만 하고 살았던 사람은 흔하지 않다. 내가 어른이 되어 겪어보니 그렇다. 학생 때 모범생이 어른이 되어 모범적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오히려 ‘개과천선’형이 훨씬 솔직하고 인간적이다. 과거에 얼마나 방탕했는지 방황을 많이 했던지 지금 아이들의 고민과 솔직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난 그렇지 못하다.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벗어남, 비뚤어짐, 불복종의 ‘맛’이 어떤 것인가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무슨 조언을 하며 그들과 어깨동무하고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내가 키우는 아들이 걱정이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네 살 어린아이가 말을 너무 잘 듣는다.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그만하라면 그만할 줄 안다. 벌써 어른 같다.




만화작가사이에서 존경의 대상이기도 한 박재동화백과 책의 주인공격인 고등학교 국어, 이상석선생은 ‘불알친구’였단다.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마음껏 비뚤어질 테다라고 마음먹고 방황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썼다. 방탕하고 비뚤어지고 반항하는 것을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책까지 냈을까. 그리고 시사만화씩이나 그렸다는 사람이 그 그림들을 그려서 책을 채우게 되었을까.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비뚤어진 채로 평생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날 일상을 벗어난 경험들은 체계적이고 교육적인 일상보다 훨씬 풍부한 체험과 감성을 일깨운다. 봐라. 학교와 집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로만 배우던 세상과 직접 사회생활하면서 느끼고 체험한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




못난 것도 힘이 된다. 아니, 못난 것이 바르고 예쁜 것보다 훨씬 힘이 있다.



- written by 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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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_ 김규항/지승호/알마,2010-03-26 00:00:00

한때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단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아니 한때의 유행이었다기보다는 누군가 테스트를 해보고 블로그나 까페에 올리면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의 심리에 부응해 다들 한번씩은 정치성향뿐 아니라 심리테스트에 독서취향 테스트까지 온갖것을 해봤던 때가 있었다. 테스트의 신뢰도라기보다는 그냥 재밌고 신기해서 한번쯤은 해봤을 정치성향 테스트에서 나는 기울어진 왼쪽과 조금 떨어진 아래쪽의 자리를 차지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본의 권력과 달콤함을 알아버렸기에 자본제를 부정하고 싶지만 쉽게 부정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비교대상으로 나온 유명세를 탄 몇몇이들보다 내가 더 기울어진 왼쪽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타인의 눈에 보이는 나는 좌파성향을 가진 자유주의자일수도 있겠구나 라고 간단히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뒤통수를 퍼억 치고는 내가 진보의 탈을 쓰고 개혁을 외치면서 체제유지를 더 공고히 하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의심해보라고 한다. 스스로 B급 좌파라 일컫는 진보적 사회주의자 김규항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파악하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사실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려고만 했던 많은 문제들이 가장 기본적인 개념정의에서 시작하여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인터뷰를 읽어보니 나도 몰랐던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보여 오히려 깔끔하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 더 좋았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는 그 사회가 어떤 체제인가 하는 거죠. 그래서 그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보수고,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은 진보인 거죠. 한국은 다들 흔히 하는 말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아닙니까?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말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본주의 체제'고요. 자본주의 체제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인 거죠. 물론 찬성하는데도 여러 층위와 방식이 있고 반대하는 데도 여러 층위와 방식이 있으니 보수라고 다 같은 보수가 아니고 진보라고 다 같은 진보는 아니겠죠. 그러나 큰 덩어리는 그렇게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이른바 절차적인 수준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거죠. 이런 상황에서 체제의 불안정함은 어떻게 보완될 수 있는가. 그것은 체제안에 가짜 진보가 존재하는 겁니다. 진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입니다. 그들이 인민의 눈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 가짜진보가 바로 개혁세력입니다.(136-138)

누군가에게는 그의 이야기가 당연하게 들릴수도 있을 것이고, 굳이 그렇게 따져 묻는다는 것이 불편할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친구들에게 냉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인간적이고 감성적으로 마음이 가는 것과 이론적으로 냉철하게 명확성을 가져야 한다는 그의 말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또한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많은 오해와 지탄을 받을 것인가 알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의 실제 삶의 모습이나 실천의 모습들, 말과 글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과 생활이 일치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상향이 있으며 그러한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과정에 있을뿐이다. 그것을 이해한다면 진보적 좌파인 김규항이라는 사람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이 제대로 된 사회주의 나라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과연 남한 사람들이 비웃을 만한 사회인가'라는 생각은 들어요. 굶는 인민들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그 배경부터 살펴봐야겠죠. 북한은 일찌감치 공업화된 농법을 도입했는데요.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우방 국가들의 지원이 확 끊겨버리면서 농업 시스템 자체가 몰락했어요. 거기에다 홍수에 미국의 봉쇄 정책까지 겹친 겁니다.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 살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게 아니라 함께 고난의 행군을 했다는 겁니다. 남한 사람들 같으면 어땠을까요?
이제 북한을 적으로만 규정하는 냉전시대는 지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북한을 저 먼 발치에 두고 있으며 여러 사건들과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다시 북한이 적대시 되어가고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언젠가 철조망을 걷고 평화로이 서로 왕래하는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으리라.

사실 이 인터뷰집에서 인용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다. 진보와 보수, 개혁, 좌파, 페미니즘, 문화, 영성, 미래세대의 교육 등 언급된 모든 이야기를 다 하고 싶지만 그것보다 이 책을 한번 더 훑어보고 김규항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접어둔다. 이 책에서 언급된 주제들 중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규정하는 기본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싶고, 특히 북한에 대한 시각과 미래세대를 책임지게 될 현재의 우리 청소년들의 삶에 대해 우리 자신의 문제로 성찰하며 함께 생각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지금 한국의 아이들이 제대로 놀기는커녕 감옥의 수인들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것, 또 그렇게 생활한다는 건 지구상에서 한국 아이들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아이들을 그렇게 생활하게 하는 건 누군가? 이명박 정권과 그 일당인가? 그리고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좀 더 인간적이고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해주기 위해 그들과 싸우고 있나?
아이들을 그렇게 생활하게 하는 건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바로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올인한다는 부모들이다.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고 이명박 정권의 시장주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죽인다고 외치면서도, 그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들, 신자유주의 귀신에 영혼이 저당잡힌 우리들의 모습.(146)

자신은 비주류의 삶을 살았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것인지 안다는 이유로 아이만큼은 주류의 흐름에 맡기려고 하는 친구들의 말을 간혹 듣곤 한다. 하지만 그걸 뭐라 할 것인가. 우리 모두가 김규항같은 좌파는 아니잖은가.
다만, 부모가 자신의 기준과 가치에 맞게 아이들에게 삶을 강요한다면 그건 지상최고의 독재일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저지르는 최고의 악행이 아닐까.


- 김규항의 인터뷰집이지만 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기보다는 오히려 나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해버리게 된 것 같다. 이게 무슨 책을 읽은 느낌인가, 싶었다가도 책의 서문에 그가 남긴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이라는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 사실 B급 좌파 김규항에 대해 더 많이 알기보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의 삶과 영성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그가 더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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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의 역사
_ 한홍구/한겨레출판,2010-03-08 00:00:00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전에 조금 길긴 하지만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해야겠다. 더 많은 글들이 와 닿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역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번 특강의 제목이 '지금 이 순간의 역사'입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겨우 60여 년 전에 식민지에서 해방되었고, 나라가 두 동강이 났습니다. 그 반쪽으로 세계 10위권의 나라로 올라서기까지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한순간 한순간이 중요했습니다.
그 순간의 포인트를 놓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불과 20년 전 민주화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비정규직 문제가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놓친다면 또다시 20년 후에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 자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1980년 광주에서 총을 내려놓느냐, 그래도 도청에 남을 것이냐 하는 한순간의 선택이 역사를 바꾸고 우리에게 거룩한 유산이 되었습니다. 그냥 몇백 명이 죽어버린 사건으로, 불미스러운 폭도의 폭력 사건으로 끝나버릴 수 있었던 갈림길이 바로 그 작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몇 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역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323-324)

다시 4.3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다. 死.삶... 옛날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고 만세를 외치며 좋아하던 우리 부모님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찬탁과 반탁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보기도 전에, 이유도 없이 죽어가야만 했다. 그때의 그 순간들이 지금 우리에게는 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역사가 되어가는 과정이 한국현대사라에 들어갈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분단이 고착화 되었고 그 이후 남쪽에 이승만 정권이 친일세력을 소탕하기는 커녕 그들을 끌어안으며 권력을 잡았고 결국은 박정희의 기나긴 독재시절을 지내게 되었다. 그것은 역사의 우연과 필연이 겹쳐지는 것이겠지만 모두가 만들어낸 역사의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한홍구의 특강 두번째권인 '지금 이 순간의 역사'는 광주이야기로 시작한다. 건너건너 소문으로도 소식을 접할 수 없는 섬지역에서, 더구나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어린 나에게 당시의 기억은 TV화면뿐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총을 들고 피폐해진 거리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함성을 지르는.
나는 그들이 '폭도'임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들이 그저 무섭기만 했다. TV화면 속 그 모습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모습이 갖는 진실은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우리의 그리 길지 않은 현대사가 그렇게 수없이 많은 왜곡과 감추임으로 진실이 어긋난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두 전직대통령, 노무현대통령과 김대중대통령의 서거에 왜 그리 많은 이들이 슬퍼하는지 잘 몰랐다. 한때의 민주화의 상징이고 투사였던 그들은 결국은 정치가였을뿐이라고만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그런 나를 뒤늦게 슬프게 만든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미 알고 있는 수많은 사실들을 더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서, 그것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술술 얘기하는 글에 빠져 광주 이후의 여러 사건들을 읽다보니 때로는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들과 겹치면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해 생각을 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수많은 사건들의 의미를 더 잘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훑어보니 두분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지금도 민주와 평등, 평화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외롭고 힘겨운 삶의 여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느껴가고 있다.

지난 여름, 우연찮게 용산에 갈 수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하는 곳이라 내가 그곳에 가보게 되리라는 생각을 해보진 않았는데 시커멓게 타버린 건물의 잔해와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한 전경버스와 경찰들. 순간 역사는 진일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되풀이되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용산참사의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하려는 수많은 이들의 모습속에서 희망을 느낀다. '지금 이 순간의 역사'는 그러한 이들의 하루하루가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어느정도는 내가 지나온 세월도 포함되어 있고 다른 책이나 매체등 여러 경로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들이 많아서 좀 더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이제야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20대에게 우리의 역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들은 이 책을 나처럼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들이 전혀 겪어보지 못한 역사의 이야기들이 단지 화석화된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들임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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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10.06.07 03:51

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_ 홍기빈 외 (지은이) /레디앙,2010-02-18 00:00:00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걸 까먹고, 오랜만에 학생들이 주로가는 시간말고 어른들이 가는 시간에 성당엘 갔다. 장사치들처럼 명함들고 성당 앞을 지켜서 있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내미는 명함을 한장도 받지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결국은 아는 사람에게 붙잡힌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심성이 좋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분의 가족이 도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것일뿐. 잘 부탁한다며 도와달라는 그분에게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정당정치를 싫어해서...라며 말을 흐리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명함 한 장 받아들고 헤헤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좀 웃긴 일이긴 하지만 학교다닐때도 내가 지지하는 선배의 반대쪽 후보와 개인적으로는 적대시할 이유가 없어서 헤헤거리며 웃고 얘기하다가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그쪽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나의 정치적 신념이라는 것도 확실히 드러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인간적 친분관계를 생각해 기분좋게 명함 한 장을 흔쾌히 받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영 찜찜할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단지 한나라당 아닌 정치인이 단체장에 당선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아니다. 얼어붙은 대중의 열정을 다시 깨워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다는 메시지뿐이다. 온갖 고상한 수식어로 치장된 선거 정치의 게임의 논리는 그런 메시지가 될 수 없다. 의제에 바탕을 둔 경쟁과 협력만이 그런 메시지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369)

내가 나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리얼 진보'라는 책을 집어드는 순간 왠지 나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대해 욕이나 할 줄 알았지 진정한 관심은 없었고, 정당정치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전혀 갖고 있지도 않았다.
요즘 어머니와 TV뉴스를 같이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건 그런거였다. 그놈의 정권과 정당이 아닌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다른 정당의 정책과 내용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 물음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는 소일거리삼아(물론 소일거리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팍팍한 삶의 모습들을 보고 느끼게 되었으면 4대강을 죽이는 사업과 복지예산을 줄이기만 하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다 하시는지... 아무튼) 뉴스를 보고 계셨는지, 민노당이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빠져나간 사람들이 만든 그 당이 뭐냐는 질문도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치에 그닥 관심없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다 그만그만한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진보라고 할 수 있든 그렇지 않든 '리얼 진보'라는 이 책의 내용들은 한번은 꼭 살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19개의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이 어떤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상상의 실현가능성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

'진보 세력이 운동으로서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내용은,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하여 가난한 서민 대중의 삶의 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103)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진보세력이라 일컫는 이들의 글에서 그동안의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음을 비판하고 성찰하며 진짜 진보 세력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리얼진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사회 각 영역에서 진보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2부는 열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이를 종합적인 대안 모델로 재구성하고 있다.
조급증이 더 커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을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조차 희미해져가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학벌없는 사회라거나 사회경제, 복지국가,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세상을 향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이상향은 한편으로는 더 힘을 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엔 앞이 안보이는 것만 같을뿐이다.

그런데 상당히 비관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마음속 어딘가에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나보다. 오늘 뉴스에서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어머니에게 공보험과 민간보험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드렸다. 사실 가입자들은 아프기 전에는 보험료로, 아픈 후에는 본인 부담금으로 두 차례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런데 전자의 비용은 소득에 따라 납부하고, 후자의 비용은 아픈 만큼 내야 한다. 어차피 가입자들이 지불해야 할 재정이라면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를 확대하고, 경제 능력을 무시하고 부과되는 본인 부담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무상 의료’이다. 무상 의료는 공짜 의료가 아니라 진료 후 지불하는 본인 부담금의 제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232)라는 설명도 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또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도에서 밀어부치고 있는 영리병원의 부당함에 대해서만 씩씩대며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진짜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과 용기를 보여주는 작은 첫걸음은 이런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분명 이번 선거에서 어머니는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시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있음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일이년의 단기전망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긴 시야다. 그리고 세계사의 대 전환에 걸맞는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에서 지금 당장의 실천 과제들을 찾아낼 줄 아는 안목이다. 말하자면, 시대는 우리에게 장기전의 지배를 요청한다(36)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더디더라도 뚜벅뚜벅 한걸음씩 나아가야함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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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2010.06.05 17:38

청소년을 위한 우리미술 블로그
_ 송미숙/아트북스,2010-02-19 00:00:00

이론을 배우지 않을 때까지 미술은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편이나 이게 중학교 올라가면서 본격적인 이론을 배우면서 부터는 재미없는 과목으로 전락하게 된다. 연유야 어쨌든 마찬가지로 이런 미술장르의 책, 그것도 서양미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미술에 대한 책이 인기 있을리없다. 하지만 이렇게 ‘청소년을 위한’ 이란 문구에서 어렵지 않게 풀었을 거라는 나름의 짐작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컴퓨터 사용이과 더불어 ‘블로그’ 는 아주 친숙해서 제목부터가 호감이 가는 책이었다.


요즘 출판사들이 블로그에 주목하여 앞 다투어 책을 내고 있음이 실감된다.


그러나 이 책이 정말 블로그에 올려진 글로 만들어 진 책이란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단지 편집상 블로그의 형식의 메뉴를 차용하여 category나 recent comment를 통하여 미술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게 하여 책 속으로 블로그를 들여왔다고나 할까?


삼국시대 고분 벽화부터 현대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미술가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읽다보면 살짝살짝 역사를 끼워 맞출 수 있어서 역사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힐 듯하다. 그래서 앞부분을 읽다보면 약간은 역사책 느낌이 들기도 한다. 벽화로 시작되는 사신도니 무용도니 하는 것들이 역사책에 반드시 실려 있는 중요한 내용이므로.


이중 몇 가지 기억에 남는 것은 조맹부(원나라 화가)의 ‘낙화추색‘이란 작품엔 낙관이 아주 많이 찍혀있으며 이와 더불어 제발(제사와 발문)의 흔적이 굉장하다. 그림을 높이 평가한 감상자들이 앞 다투어 제발과 낙관을 남겨 놓은 뛰어난 작품이란 평가를 읽은 순간 우리의 세한도가 생각났다. 추사의 세한도 역시 발문의 길이가 10미터가 넘어서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친다. 또한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된 것(권화)은 감상평을 나누고 감상자의 서명 남기기를 즐겼기 때문에 그림을 가로로 길게 만들게 된 것이라 한다. 세한도는 뒤쪽에 김정희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할 때에도 나온다. 안 나올 수가 없겠지^^


조선시대의 미술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이는 영.정조 시대가 학문과 예술의 부흥기였기 때문일게다. 다루는 인물도 많고 할 얘기도 많은게.ㅎㅎ


조선 미술의 특징을 몇 가지 꼽을 수 있는데 초상화가 발달했다는 것, 그 이유를 유교로 보고 있는데 충.효를 중시했던 당시 제사를 지내기 위해 초상화와 위패를 사당에 모셔 놓았는데 이때 사진 대용으로 초상화가 그 역할을 한 것이란다. 그중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한 해석이 책마다 명확치 않은데-얼마 전 딸이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를 보면서 책이 이상하다고 물어왔다. 원래 상반신을 그리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자기가 다른 책에서 읽은 바로는 그렸는데 오래되어 스케치 된 부분이 안 보일뿐이라고 의아해 했고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의문을 완벽히 해소된다. 유탄에 의해 그려진 밑그림은 점착력이 약해 쉽게 지워지며 1995년에 발견된 ‘조선사료집진속’ 자화상의 옛 사진에는 도포를 입은 상반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사진이 실렸다. 이 그림이 귀를 미처 그리지 못한 미완성인 것은 맞으나 애초에 상반신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강렬한 눈빛의 윤두서 자화상은 많은 책에서 소개되고 있기에 95년 이전에 발행된 책이라면 상관없지만 이후에 발행된 책이라면 고쳐져야 마땅한 부분이다.


또 제 눈을 찔러 애꾸가 된 화가 최북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더구나 그는 호생관-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화가-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거만한 양반의 태도에 화가 나 못 그리겠다며 일절 타협하지 않고 직선적인 그는 제 눈을 찌르는 행동을 한다. 그가 그림을 잘 그렸음은 물론이다.


현대 미술가 중에서는 자신을 눈을 찌르진 않았지만 실명하였지만 크게 이름을 날린 박수근도 있기는 하다. 그림 그리는 화가가 눈을 다친다는 것은 대단히 치명적일 텐데 말이다.


근.현대 미술가들은 오지호나 변관식과 같은 인물을 제외하면 아주 익숙한 편이다.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등.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은 맘에 드는데 오자[55쪽 괄호 속 한자는 맞게 표기 되었으나 낙관은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준말인데 낙관성지로 나와 있다]가 있었다는 것, 그림에 대한 설명에 앞서 그림부터 보여주면 좋은데 그림은 뒷장을 넘겨야 하는 것은 정말 번거로웠다.


내용이 맘에 들어 더 아쉬웠다.



- written by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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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10.05.31 23:24

내가 사랑하는 시
_ 최영미/해냄,2009-10-20 00:00:00

 
#  짧은 시, 긴 여운, 감동은 하루를 살게 한다.
 
  
  중, 고등학교 때 가장 시를 많이 읽었다. 시인들이 속삭이는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하나의 풍경이 떠오른다. 시어에 울고, 웃고, 분노하고, 아파했다. 통찰력 있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상의 풍경을, 시인은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 했었다. 가장 짧은 언어로 세상의 풍경을 이야기하는 시가 좋다.
 
  최영미 시인을 책으로 처음 만난 건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아니였다. 『시대의 우울』에서 렘브란트를 찾아 헤매는 여정 속에 드러난, 시인의 솔직하고 독특한 감수성이 그이와의 첫 만남이였다. 『화가의 우연한 시선』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에 끌렸다. 시인의 감수성을 키우기까지, 저자가 만난 55편의 시가 모였다. 시를 쓰지는 않더라도 인생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향유하기를 바라는 글에는, 시가 많이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낭송했을 때, 처음 만났을 때의 여운과 감동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한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모든 이를 만족하는 좋은 시보다는, 각 개인에게 더 절실하게 와 닿는 시가 있다 생각한다. 다양한 시들을 접하다보니, 영감을 주는 시에 눈길이 간다.
 
 
# 차와 함께 시인과 담소를 나누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시 한 편을 읽는다. 생각에 잠긴 후, 시인의 글이 주는 여운에 대해 글을 쓴다. 시를 바라보는 저자의 글을 읽고, 남은 마음의 흔적을 글로 담는다. 저자와 한 테이블에서 찻잔을 마주하지 않지만, 글의 흔적들을 통해, 담소를 나누는 기분이다.
 
  진짜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거짓말이라 표현한 「불행한 우연한 일치」에는 웃음이, 「여행 길에 병드니」라는 하이쿠에는 애절함이 남아있다. 김수영 시인의 「눈」에서는 천진함을 느꼈고, 마음이 맑아졌다. 사랑을 잃고, 더듬더듬 빈집에 갇혀버린 애련한 상실의 마음이 담긴 「빈 집」에서는, 생각을 마쳤을 때, 차가 식어있었다.
 
  낭송했을 때, 울림을 주는 시가 좋은 시라 생각한다. 읽자마자, 풍경이 그려지고, 생각이 달라진다. 감정이 움직였던 시와는 즐거운 데이트를 한 기분이다. 저자가 따로 남긴 글을 읽어서야 시어가 그려진 풍경과 의도가 느껴지는 저자의 글과의 만남은 시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만나 좋았다. 적어도 시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세상이 삭막하진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를 쓰는 시인과 시를 읽어주는 독자가 있는 사회에서는, 작은 촛불처럼,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 믿는다.
 
  시인과 함께 시를 읽는 일은 즐거웠다. 한 호흡에, 읽기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마음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읽으면 좋다. 한동안 서가에 둘 생각이다.


- written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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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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