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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항하는가
_ 세스 토보크먼 지음, 김한청 옮김/다른,2010-07-20 00:00:00

  중학교 1학년때인가 학원을 갔다가 11시쯤 귀가를 했습니다. 엄마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계셨는데 TV에서는 커다란 빌딩에서 연기가 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저는 신발을 벗으면서 엄마한테 아주 순진하게도 저 건물 왜 불타고 있는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엄마는 TV에 시선을 집중하신 채 와서 직접 보라고 하시길래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소파에 앉아 함께 TV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지나니 replay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여주더군요. 비행기가 슝- 하고 날아오더니 쿠왕- 하고 빌딩에 머리를 박았습니다. 폭발이있었고 그 동영상을 찍은 사람도 도망가느라 바빴는지 이리저리 초점이 흔들리며 비명소리와 함께 끝이 났습니다. 불타는 빌딩과 흥분한 기자, 앵커의 목소리에 이어 이번엔 위태롭게 서 있던 그 건물이 폭삭, 정말 그 자리에서 정신을 읽고 쓰러지는 사람마냥 무너졌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있는 게 뉴스인지 블록버스터 영화인지 잘 구분이 안되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곧 TV를 끄셨고 저보고는 이제 늦었으니 그만 들어가서 자라시고는 안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날은 2001년 9월 11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 고등학생일 때에는 영어회화라는 과목이 있었고 우리 과를 맡았던 외국인 교사는 Mr. Rogers로 시사와 세계 정세에 무척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두 번 들어있는 수업이었지만 매 시간 영자신문을 읽고 제 1면의 논점들에 대해 토론을 하고, 그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내야 했으며 강의를 듣고 시험도 봐야했기 때문에 당장 내신과 수능이 급한 학생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죠. 물론 열심히 한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전 지금보다 훨씬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꼬맹이였기 때문에 조지 부시 따위, WMD 따위, 북한 따위 알게 뭐람 하고는 신문도 읽지 않고 토론시간에 졸고 시험은 벼락치기로 공부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이라는 데에 언어 장벽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후회합니다. 왜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때 나는 가만히 있었을까. 왜 나는 금방 잊고 마치 전 세계가 지금 여기처럼 태평하다고 눈가림하려 했을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지금에라도 후회하는 걸 다행으로 새악ㄱ합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책이 만화라고 하더라도 읽지 않았겠지요. 신문을 봐도, 책을 읽어도 이해가 안되고 너무 어려운 것 천지라서 그저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런걸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 어느새 20대 중반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로 와버렸네요.

  더 이상 제 무지를 묵인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다짐은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것이지만 앞으로도 항상 새로 각오하겠다는 느낌으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아직 이 책의 메시지를 실행에 옮겨 직접 저항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저항을 해야 하는지는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심이 1단계, 그리고 상황 파악이 2단계. 2단계까지 제가 성장하고 나면 3단계 의견 및 의지 표방, 그리고 4단계 실행으로 이어질 겁니다. 몇 년이 걸릴 지 몇 십년이 걸릴 지 모릅니다. 말이 4단계지 사실은 무수히 많은 중간 보스를 해치우고 자신을 추스려나가는 과정이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어릴 적 풀던 수학 문제집에 한 번호 아래에 수많은 새끼문제가 있는 -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 문제가 있죠. 마치 그것 처럼 지금 말하고 있는 제 무지에 대한 문제도 끊임없이 저를 괴롭힐겁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 지금 이렇게 남긴 글이 부끄러워서라도 그만 두지 못하게 되기를. 좀 더 어른이 될 수 있기를.

P.S. 이 글을 읽고 나면 지금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으시겠죠? 구체적인 길을 잡지 못해 아지곧 갈팡질팡하는 저에게 작은 충고 부탁드립니다. 쉬운 책 한권 추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일, 분명히 이론적으로는 배웠을테지만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 방법들. 모두 환영합니다. 도와주세요.


- written by agnes
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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