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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10.06.07 03:51

리얼 진보 Real Progressive
_ 홍기빈 외 (지은이) /레디앙,2010-02-18 00:00:00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걸 까먹고, 오랜만에 학생들이 주로가는 시간말고 어른들이 가는 시간에 성당엘 갔다. 장사치들처럼 명함들고 성당 앞을 지켜서 있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내미는 명함을 한장도 받지 않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결국은 아는 사람에게 붙잡힌다. 불행히도 그 사람은 심성이 좋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분의 가족이 도의원으로 출마한다는 것일뿐. 잘 부탁한다며 도와달라는 그분에게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사람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정당정치를 싫어해서...라며 말을 흐리지만 좋은게 좋은거라고 명함 한 장 받아들고 헤헤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좀 웃긴 일이긴 하지만 학교다닐때도 내가 지지하는 선배의 반대쪽 후보와 개인적으로는 적대시할 이유가 없어서 헤헤거리며 웃고 얘기하다가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그쪽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나의 정치적 신념이라는 것도 확실히 드러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인간적 친분관계를 생각해 기분좋게 명함 한 장을 흔쾌히 받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은 영 찜찜할뿐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단지 한나라당 아닌 정치인이 단체장에 당선되고 국회의원이 되는 일이 아니다. 얼어붙은 대중의 열정을 다시 깨워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움트고 있다는 메시지뿐이다. 온갖 고상한 수식어로 치장된 선거 정치의 게임의 논리는 그런 메시지가 될 수 없다. 의제에 바탕을 둔 경쟁과 협력만이 그런 메시지의 발원지가 될 수 있다.(369)

내가 나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리얼 진보'라는 책을 집어드는 순간 왠지 나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봐야할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대해 욕이나 할 줄 알았지 진정한 관심은 없었고, 정당정치로 인한 사회의 변화에 대한 희망은 전혀 갖고 있지도 않았다.
요즘 어머니와 TV뉴스를 같이 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건 그런거였다. 그놈의 정권과 정당이 아닌 건 알겠는데, 그렇다면 다른 정당의 정책과 내용은 무엇이냐, 라고 묻는 물음에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
일흔이 넘으신 어머니는 소일거리삼아(물론 소일거리는 아닐 것이다. 얼마나 팍팍한 삶의 모습들을 보고 느끼게 되었으면 4대강을 죽이는 사업과 복지예산을 줄이기만 하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다 하시는지... 아무튼) 뉴스를 보고 계셨는지, 민노당이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빠져나간 사람들이 만든 그 당이 뭐냐는 질문도 하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치에 그닥 관심없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것이 다 그만그만한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진보라고 할 수 있든 그렇지 않든 '리얼 진보'라는 이 책의 내용들은 한번은 꼭 살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19개의 진보 프레임으로 보는 진짜 세상이 어떤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상상의 실현가능성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를 보기 위해.

'진보 세력이 운동으로서 정치 영역에 참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내용은, 정치의 방법으로 힘을 조직하여 가난한 서민 대중의 삶의 현실을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103)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진보세력이라 일컫는 이들의 글에서 그동안의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음을 비판하고 성찰하며 진짜 진보 세력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
'리얼진보'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의 개념을 재정립한다. 사회 각 영역에서 진보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2부는 열두 개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3부에서는 이를 종합적인 대안 모델로 재구성하고 있다.
조급증이 더 커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을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조차 희미해져가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학벌없는 사회라거나 사회경제, 복지국가,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더 많이 존재하는 세상을 향한 예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이상향은 한편으로는 더 힘을 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엔 앞이 안보이는 것만 같을뿐이다.

그런데 상당히 비관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 마음속 어딘가에는 세상에 대한 희망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나보다. 오늘 뉴스에서는 미국의 건강보험개혁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묻는 어머니에게 공보험과 민간보험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드렸다. 사실 가입자들은 아프기 전에는 보험료로, 아픈 후에는 본인 부담금으로 두 차례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런데 전자의 비용은 소득에 따라 납부하고, 후자의 비용은 아픈 만큼 내야 한다. 어차피 가입자들이 지불해야 할 재정이라면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를 확대하고, 경제 능력을 무시하고 부과되는 본인 부담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무상 의료’이다. 무상 의료는 공짜 의료가 아니라 진료 후 지불하는 본인 부담금의 제로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232)라는 설명도 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또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에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도에서 밀어부치고 있는 영리병원의 부당함에 대해서만 씩씩대며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진짜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과 용기를 보여주는 작은 첫걸음은 이런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분명 이번 선거에서 어머니는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시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것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에서 나는 희망을 보고 있음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급증이 아니라 긴 호흡이다. 일이년의 단기전망이 아니라 적어도 10년을 내다보는 긴 시야다. 그리고 세계사의 대 전환에 걸맞는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에서 지금 당장의 실천 과제들을 찾아낼 줄 아는 안목이다. 말하자면, 시대는 우리에게 장기전의 지배를 요청한다(36)
진보를 꿈꾸는 상상력,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고 더디더라도 뚜벅뚜벅 한걸음씩 나아가야함을 잊지말자.





- written by 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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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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