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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2009.11.11 23:07

사막의 꽃
_ 와리스 디리 지음 | 이다희 옮김/섬앤섬,2005-07-30 00:00:00

여성 할례, 오늘날에 보다 적합한 용어로 말하자면 '여성성기절제술 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은 아프리카 내 28개국에서 지금도 크게 행해지고 있다. 유엔은 어림잡아 1억 3천만여 명의 여성들이 FGM을 받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적어도 2백만 명이 매년 피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는데 하루로 환산해 보면 6,000명이다. FGM은 대개 미개한 환경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서 마취 없이 행해진다. 여자들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술에 사용하는데 그 중에는 면도날, 칼, 가위,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등이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빨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역과 문화적 관습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가장 적은 손상을 입히는 방법은 음핵의 덮개를 절제하는 것인데 그러면 여자는 평생 섹스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가장 심한 방법은 '봉쇄술(infibula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소말리아 여성의 80퍼센트에게 행해진다. 내가 당한 것이기도 하다. 봉쇄술을 받은 직후에는 쇼크, 세균 감염, 요도나 항문의 손상, 흉터의 발생, 파상풍, 방광염, 패혈증, HIV감염, B형 간염 등의 증세나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골반이나 비뇨기에 만성, 또는 희귀성 염증을 유발해 불임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음문 주변에 낭포나 종기가 생길 수 있고, 고통스러운 신경종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생리가 복부에 고이기도 하며,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급기야는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pp.342~343)

입법자들은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별개의 법안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부모가 딸에게 절제술을 시행할 '종교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종 미국 내 아프리카 교민 사회에서는, 돈을 모아 집시 여인과 같은 시술자를 멀리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소녀들을 한꺼번에 시술한다. 그게 어려울 때는 식구들이 손수 일을 처리한다. 뉴욕시의 한 남자는 이웃들이 비명소리를 듣기 못하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스테이크를 자르는 칼로 딸의 성기를 잘랐다고 한다. (p.344)

끔찍하고도 잔인한 행위인 여성 할례의 실태를 고발하는 [사막의 꽃]의 본문 인용으로 아름답고 자유로운 나비와 같아, 어디든 갈 수 있었던 한 여자의 고된 삶과 투쟁의 꿈을 이야기하려 한다. 주인공은 소말리아의 사막에서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자연과 더불어 자랐지만 유독 여성에게만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아프리카의 문화적 관습과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거부하고, 고향을 떠나 온갖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간 끝에 마침내 세계적 슈퍼모델이자 유엔 인권대사가 된, 사막의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와리스 디리다. 수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아프리카의 전통으로 감히 누구도 금지를 시도하지 않는 여성 할례가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비위생적인 살상에 해당하는지 안다면 아마 뜨거운 분노에 어쩔 줄 모를 것이다. 이 책은 와리스 디리의 삶과 꿈을 통찰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특정지역 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및 아라비아 반도 남부와 페르시아 만 일대를 비롯한 북미와 유럽의 일부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여성 할례를 사회문제로 까발리는 고발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보통 열 살이 되기도 전에 엄마 손에 이끌려 강제적으로 행해지는 시술은, 여성성을 통째로 망치는 보편화된 성폭행임에도 불구하고 진작 자신의 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소녀들에게는 진정한 여자가 되는 길이라고 여겨진다니 진짜 놀랍다. 때로 어린 소녀들은 할례를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서 아프리카의 교육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가혹한지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주인공 와리스 디리도 여자가 되리라 고대하면서 다섯 살에 할례를 받았다. 그 때의 끔찍한 고통을 그녀는 감히 말로 설명하지 못한다.

가축들과 사막을 누비고 자연을 벗삼아 지내던 열 세 살 소녀는 아버지에 이끌려 늙은 남자에게 시집가야 할 위기에 처한다. 엄마가 그랬고, 엄마의 엄마가 그랬다. 소녀에게도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어렸지만 그것이 얼마나 옳지 못한지 알았던 소녀는 아버지를 피해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가진 것 없고, 아는 것 없고, 갈 곳 없는 열 세 살 소녀가 부모를 떠나 살 수 있는 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때부터 그녀의 가혹한 두 번째 인생이 대기중이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온갖 역경 끝에 영국 대사관으로 발령받은 이모부네 집안일을 해주기 위해 런던으로 가게 된 소녀는 이모부의 4년 임기가 끝나자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위기에 처한다. 그녀에게 런던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고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가르쳐주는 넓은 세상이자 떠나기 싫은 곳이었다. 이모와 이모부에게 간절히 청한 끝에 마침내 홀로 런던에 남게 된다. 드디어 자유가 시작된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요리조리 바꾸며 살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녀 특유의 도전적 성격과 거침없는 행동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영어도 못하고 아는 것도 없던 그녀가 일자리를 얻고 친구를 사귀기까지 했던 걸 보면 말이다. 할례를 푸는 수술을 하러 병원을 찾아가 자신의 비밀스럽고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진짜 대단하다. 

그녀는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에게 픽업되어 모델 일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그러나 모델 일도 매번 순조롭지만은 않다. 영국 비자가 만료되고 여권을 구할 수 없어지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촬영해야 하는 모델 일에 지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즈음 혼자서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몸부림을 보면 거의 눈물겨운 투쟁이다. 친구의 여권을 도용하기도 하고, 여권을 만들어준다는 변호사에게 돈을 바치고 사기 당하기도 하고, 늙은 남자와 결혼하기도 하는 등 온갖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인 모델의 삶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삶은 오로지 꿈을 향한 도전과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점철되었다. 모델로 성공하기 시작하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출생과 과거의 비밀을 들추는 다큐 프로그램 섭외를 받았을 때, 엄마를 찾아주면 출연하겠다고 선언한 끝에 가게 된 10년만의 고향에서 비로소 그토록 그리워하던 엄마와 동생들을 만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아프리카의 황량한 사막이 낳은 검은 피부의 아름다운 신데렐라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의 실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유엔의 특별인권대사가 되었다. 아프리카 사막의 여자로서 일생을 보냈다면 상상도 못했을 완벽한 인생을 살고있는 셈이다. 운명처럼 만난 멋진 남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있는 그녀는 아프리카의 자연에서 태어나 유목민의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과거를 감사해한다. 원하는 것 모두를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섰으면서 단지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와 투쟁해야 했던 어린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쉽게 믿을 수가 없다. 오지마을과 문명국가를 동시에 살 수 있었던 행운아 와리스 디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자라난 우리보다 훨씬 풍부한 내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의 고단한 과거는 지금의 꽃을 피워냈다. 좌절과 절망이라곤 모르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그녀의 손길 아래 불꽃처럼 타올라 절정의 꽃을 피워낸 것이다. 여성 할례의 문제가 전 세계에 알려져 하루빨리 그 끔찍한 만행에서 약하고 힘없는 소녀들을 구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written by 깊은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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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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