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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2009.10.15 15:49

남미 인권 기행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하영식 (레디앙,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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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부들조차 총을 들고 싸울 수밖에 없었던 중남미, 식민시대와 독재시대에 뿌려진 민중들의 피와 눈물은 아직 대륙의 지하를 흐르고 있다. 그 사이 혁명투쟁의 주인공들은 어느덧 생활고에 허덕이는 중년이 됐고, 혁명 지도자들은 집권 후 부패의 주범이 돼 민중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곳에서는 금속 노동자와 원주민 출신 대통령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대륙은 거대한 이동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왼쪽을 향해......

내게 있어 남미는 어떤 의미로 느껴지고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사회과부도를 펴놓고 공부를 하던 학창시절을 지나 좀 더 다른 사고를 하게 되고 교과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역사만 역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후 내가 알게 된 남미는 '혁명'이라는 단어보다 더 먼저 가톨릭 사제들의 죽음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역사와 그리 다르지 않게 느껴진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고 남미에서 자행된 학살과 그에 대항하는 혁명의 역사는 아주 오래 전 옛날 이야기만 같았다. 우리의 독재시절에 자행된 학살과 혁명가들의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기엔 나눌 수 있는 자료가 너무 적었고 여전히 군부독재의 억압상황이 완전히 끝난 상황이 아닌 탓인지, 아니면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 사제와 신자들이 정의를 외치다 숨져갔던 이야기를 더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어쨌든 내게는 그들의 역사를 좀 더 먼저 느끼게 되었었다.
사실 역사나 혁명, 해방신학.. 이런 것을 전혀 모르고 그저 선배중의 누군가가 보여줬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님의 일생을 그린 영화 한편이, 어쩌면 내게는 남미에 대한 첫인상이었을지 모른다.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역사를 알게 되면서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그때 내게 가장 크게 남는 장면은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을 하시는 주교님이 갑작스런 총성에 의해 살해당하고, 평화를 위해 일해야 할 가톨릭 사제가 평범하게 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그곳에서 가톨릭 신자라는 것은 박해시절에 단지 신자라는 이유로 처형을 당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고 그것이 바로 십년, 이십년 전의 이야기라는 것은 정말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그때쯤은 이미 혁명이 완성의 단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미는 더 이상 수탈당하지 않고 학살이 자행되지 않는다는 안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그런데 몇년의 시간이 더 흐르고 지금 전 세계는 남미의 혁명가였던 체 게바라를 영웅시하며 자본제의 상품으로 포장하기에 바쁘고 남미는 이미 혁명을 끝내고 민주화의 혼란스런 과정을 지나면서 경제적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잠시 멈칫,하는 시선을 던지게 한다.
그동안 남미로 여행을 떠난 이들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극히 일부, 가끔은 관광객에게만 보여주는 포장된 남미의 이야기들에 현혹되어 잠시 그들의 이야기를 잊고 있었다. 불과 4,5년전에 그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온 사제가 이야기 해 준 거리의 총기난사가 일상이라는 것도 뉴욕에서의 총기난사와 다를바 없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는지도 모른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니 저자의 시선과 저자가 만난 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잊고 세상은 이제 평화를 찾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었는데 더 이상 환상을 바라지 말고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 해 정말 마음 한쪽이 불편해버렸다. 그러고보니 나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정의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외면하며 내가 왜?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걸 깨닫는 순간이 내게는 부끄러움의 시간이었고 다시 한번 인권과 평화에 대해 깨우침을 얻는 시간이었다.
체 게바라가 이룬 혁명에 대해, 쿠바의 의료시설과 독립경제에 대해, 산디니스타 혁명에 대해... 수많은 승리의 이야기를 듣고 남미는 이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지만 그 위대한 혁명투쟁 이후에 남미의 살아남은 혁명가들과 민중들의 삶은 고단할뿐이며 그들의 투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가톨릭 신자로서 민중의 삶에 함께 한 가톨릭에 대해서만 알았지, 철저하게 민중의 삶을 외면하고 군부독재와 함께 한 교회의 치부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

남미 인권 기행은 내게 그러한 깨달음을 주고 진실을 외면하려고 하는 나를 다시 일깨워준 그런 책이다.



- written by 치카

Posted by 리더스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