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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서평2009.06.24 18:03
미국의 거짓말 상세보기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닐 때에 우리 차는 역사적 유적물과 기념비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빼놓지 않고 들렀다. 아마도 그랬으리라. 아빠는 그것이 ‘우리에게 좋다’라고 말씀 하셨는데 내 생각에도 어떤 면에선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그것이 우리에게 나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셨다. 그 여행 중에 마주친 수많은 거짓말들이 미국의 과거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왜곡하고 세계관을 일그러뜨렸는데도 말이다. 여동생과 나는 학교에서 배운 거짓된 이야기들을 바로 알아야 했는데, 우리가 방문한 사적지들은 오히려 그 거짓말을 확대시키고 우리에게 새로운 거짓말을 가르쳐 주었다.‘

역사는 우리에게 정보이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경험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정보를 얻고 잘 된 일들을 오늘 우리의 사례에 적용하고 잘못된 일들은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여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한다. 오늘날 역사를 쓰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같은 시대의 같은 사건이 다른 형태로 기술되기도 한다. 이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다른 것이 과거의 예이다. ‘사관’에 따라 다른 역사를 읽는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다.


MB정부 초기에 있었던 역사교과서 개편작업은 그야말로 ‘날조’에 가깝다고 하지만 그런 우리의 근대사를 편집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고, 지금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그런 과거를 심어서 그들의 미래를 가꾸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역사가 짧다. U.S.A 이전의 역사가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역사만이 인정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수천 년을 살아왔던 인디언들(소위 그들의 기준으로)의 역사는 무시되고 왜곡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그렇게 까지 거창하게 거슬러 올라갈 의도로 책을 쓰지는 않았다. 다만 서두의 이야기처럼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이백 여 년 동안의 기념물과 사적지의 비석이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음에 분개하여 저술하였다. 앞뒤커버에 미국 전역의 안내지도를 그려놓아 위치가 어디인지 가늠하게 하고 각 주별로 대표적인 ‘역사날조’의 의미와 개선될 점들을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책 제목 그대로 미국 전역을 훑으며 다니는 거짓의 현장들을 고발한다.


미국 역사를 기술한 기념비와 사적이 현재 지니고 있는 거짓말. 주제와 내용이 다양하다. 분류를 해 보자면,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던 원주민들과의 관계와 그들 집단의 행동과 성격에 대한 위조, 극심한 인종차별과 백인들의 만행에 대한 위조나 삭제, 여성위인에 대한 위조, 동성애문제에 대한 위조, 전쟁사 위조, 인디언에 관한 위조나 삭제, 좋은(?) 지도자에 대한 역사 위조 등이 주축이 될 것이다. 그런 사례모음집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전국에 걸쳐 95곳에 있는 역사왜곡의 현장을 고발한다. 이러한 역사는 지금 현재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시각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앵글로색슨의 백인 우월과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 순의 인종차별, 그리고 여성과 동성애자등 사회적 약자들 위에 군림하는 강자의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음이다.

그 중에 일례를 들어보면, 짧은 미국의 역사 중에 국가내의 핵심적인 갈등의 사건을 꼽는다면 남북전쟁일 것이다. 노예제에 대한 각 주의 견해 차이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예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링컨을 중심으로 한 북부와 노예제를 중심으로 뭉친 남부 연합 사이의 전쟁이다. 이 전쟁의 격전지였던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북쪽으로 65킬로 북방 미시시피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필로우 요새는 북군이 크게 패배한 곳으로 이곳에서 30킬로 떨어진 헤닝시의 도로변에 위치한 테네시 주립 필로우 요새 역사 기념비에 기록된 역사가 ‘위조’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념비에 적힌 숫자를 토대로 수비대의 40%가 전사했고 이 수치는 남북전쟁 평균과 큰 차이를 보인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증언을 남겼다. 한 북군 병사는 전투가 끝나고 5일후에 집으로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반란군이 고지에 도달하자마자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한 학살이 전개 되었습니다. 병력의 열세를 느낀 우리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었습니다. 항복의 표시로 어떤 병사들은 손수건을 들었고 어떤 병사들은 두 손을 들었지만 그들은 보이는 대로 총을 쏘았고, 그것도 모자라 목숨이 붙어 있는 병사들을 총검이나 권총으로 살해했습니다.”남부연합의 한 신문사 특파원은 인종별 전사자 비율을 다르게 설명했다. “항복의 뜻을 내비친 병사 중 백인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었지만 검둥이들에게는 무자비했다.”


처음에 남군은 환호하고 ‘흑인과 배반자들’을 처단한 것을 같이 기뻐했다. 언론에 실린 기사를 본 북부 언론은 강력히 항의 했는데 전쟁의 요점에서 벗어난 대량 학살이라는 점에서였다. 미합중국의 지도자들이 분개하고 국회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 남부 연합은 학살사건을 숨기거나 변명하기 바빠졌다. 사망자 수가 특별히 많지 않고, 전투에서 사망했으며, 항복후 사살된 인력은 게릴라와 강도들이 저지른 일이며, 남군병사가 저질렀다 하더라도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고 지휘관은 잘못이 없다는 요지에서 이었다. 뻔 한 거짓말.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권력과 군부, 경찰, 검찰 등에서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이다.

‘오늘날 테네시 주립 사적지로서 필로우 요새는 항복한 북군 포로를 죽인 것이 정당했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그래서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요새에서 배포하는 팸플릿에는 북군을 VIP처럼 대우했다는 주장이 실려 있다.

남군이 공격에 성공하여 요새를 점령한 후에 포레스트 장군은 북군 깃발을 내리고 모든 발포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남군의 의사들이 양측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포레스트는 장비와 무기를 모으고, 포로들을 감금하고, 북군 부상병들을 신속히 증기선에 태워 이송하라고 명령했다.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유일한 단서는 요새의 작은 박물관에 있는 한 라벨에서 볼 수 있다.

남군이 필로우 요새를 점령한 직후에 북부는 남군의 학살을 규탄했다.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는 포레스트에 대한 평판, 북군의 완전한 패배, 항복한 포로들을 죽였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남부는 (북군의)공포와 미숙함으로 인해 엄청난 인명 손실이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랜트와 셔먼을 비롯한 북군 지도자들은 결코 보복을 하지 않았다. 오늘날까지도 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는 말은 학문적인 냄새를 풍기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역사학자들은 명백한 관점에서 학살의 진상을 조사하고 발표했다. 팸플릿과 역사 기념비처럼 이 라벨에서도 1864년 5월에 시작된 남부 연합의 은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전쟁을 통해서 서로 총검을 겨누고 싸우는 것도 모자라, 무자비한 학살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미국인들에게 수치의 역사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기고 은폐하는 행위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이다. 이것은 국가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가 은폐되는 사실을 경험한 현재의 위정자들은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덮거나 입맛에 맞게 바꾸어 적으면 그만이다.

읽은 이에 따라 더 깊숙이 다가오는 사안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7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기도 쉽지 않지만, 각 사례를 차분히 읽다보면 분통이 터지는 순간에 잠시 숨이라도 한 번씩 돌려야 하기에 읽는 호흡은 다른 책에 비해 더 길게 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두고 싶다.

95개의 사례뿐 아니라 수백 개의 사례가 있을 것이겠지만 이 책 한 권으로도 미국이라는 나라의 위선의 껍질을 벗겨보는 재미는 충분할듯하다. 물론, 미국에 앞서서 우리나라의 ‘제대로 기술된 근현대사’를 알려주는 책을 찾아서 다녀온 뒤라면 더 뜻 깊을 듯하다.

- written by soil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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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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