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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와 고양이의 전쟁?

앙증맞은 토끼 세 마리가 M-16 자동소총을 들고 정글을 누빈다. 고양이들과 사투를 벌이며 언제나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정의의 토끼들. 그 녀석들은 베트남전에서 활약한 미군특수부대 산하 장거 리 정찰대원들이다. 적진 깊숙이 헬기를 통해 침투하여 작전을 수 행하는 토끼들은 언제나 북베트남 고양이들의 위협에 시달린다. 하 지만 강하고 용맹한(?) 우리의 토끼들은 강력한 첨단 무기들에 힘 입어 힘든 작전을 항상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

전쟁만화로 유명한 일본의 고바야시 모토후미라는 작가가 있다.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그의 작품 『Cat shit one』은 독특하게도 인간이 아닌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미국인은 토끼, 베트남인은 고양이, 프랑스인은 돼지, 러시아인은 곰, 중국인은 팬더, 일본인은 원숭이 그리고 한국인은 멍멍이……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인지 아니면 더 깊고 심오한 뜻이 숨어있는지 모를 일이지만 동물들이 주인공인 베트남 전쟁이란 발상은 꽤나 독특했다. 어찌됐건 학창시절 좋아라하는 만화였음은 틀림없다. 남자들의 로망(?)인 군대, 전쟁, 무기에 관해 이렇게 사실감 넘치는 만화도 흔치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귀여운 동물들이 주인공이라니……
 

2. 난 정의로운 토끼였다??


중학생 무렵 월간지를 통해 접하게 된 프 라모델의 세계는 나에겐 경외의 대상이었 다. 밤마다 꿈속을 장식했던 그 멋찐 탱크 와 전투기들…… 전쟁 속에서 피어난 전설 같은 영웅담은 나의 이상이 되었고, 전쟁 영웅들은 나의 우상이 되었다.

생동감 있는 모형을 만들기 위해 전쟁사(戰爭史)를 공부했고, 전쟁무기를 공부했었다. 탱크 한 대를 만들기 위해 그 전차가 운용 되었던 전쟁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 시대 어느 부대에서 사용되었고, 어떤 위장색을 칠해야 하며, 포의 위력은 어떻고 어떤 종류의 포탄을 사용하는 지까지 알아야 직성이 풀렸다. 그때는 그저 무작정 모형이 좋아 전쟁이 좋았고 그래서 살인병기일 뿐인 전쟁 무기가 좋았다. 또한 전쟁의 역사를 빠져 들면서 어떠한 난관에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군인정신을 숭배했고,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남자다움이 부러웠으며,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전쟁무기들의 강인함에 끌렸다. 나의 청소년기는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위대하고 숭고해보였던 시절이었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반전이니 평화니 하는 주장은 약한 사람들의 헛소리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나는 인간은 누구나 선한 존재라는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정체모를 정의감에 불타고, 전쟁을 신봉하고, 폭력을 미화하는 정의로운(?) 토끼로 변해가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항상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군대 가면 군 생활 정말 잘 할 거야!”

 

3. 토끼의 군 생활은???

군대를 갔다. 어찌어찌 하다가 평범한 땅개가 아닌 전경으로 군대생활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의무경찰이었고 시위진압을 전문으로 하는 부대였다. 내가 가졌던 맹목적인 군대사랑, 무기사랑, 전쟁사랑은 아주 짧은 시간에 산산이 깨졌다. 내무반에서 가장 중요한 나의 임무는 영웅담과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청소와 다림질, 전투화 닦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전국 최강의 부대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구타와 폭력.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복종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 사춘기시절 꿈꿔왔던 군인정신, 남자다움, 강인함은 일상적인 폭력과 살벌한 내무반 분위기속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오고 말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제대를 하고 나서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군대가 무엇인지, 왜 국가는 군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왜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모두 군대에 가야만 하는 건지, 불합리한 국가에 대한 충성을 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왜 우리는 일상적인 폭력에 대하여 대항하지 못하는지……

 

4. 토끼가 총을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당연히 생각이 없는 인간은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지 알지 못할 것이다. 모형이라는 겉모양에 도취되어 전쟁 의 본질을 벗어나 단순한 영웅담에 온통 정신이 팔렸던 나 의 청소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생각하는 능력의 결여가 얼 마나 엄청난 사고의 왜곡을 낳는지 알 수 있다. 아무리 토 끼와 고양이가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총을 쏘고 생명을 죽 이는 장면은 분명 전쟁의 모습이리라.

 

이라크 전쟁이 TV에 생중계 되는 장면을 보면서 폭격 속에 서 죽어갈 아이들을 생각했다. 아프가니스탄 가난한 마을에 서 미군의 폭격으로 죽은 자식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아버 지의 모습을 보며 추악한 전쟁에 온몸이 떨렸다. 내가 그토 록 좋아하던 전차와 전투기들은 죄 없는 민간인들과 어린 아이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똑같이 찢어졌다. 나는 왜 그렇게 전쟁을 숭배했었을까?

 

스스로 사고 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인간이었기에 나라는 토끼는 아무 생각 없이 총을 들었다. 왜? 라는 질문을 할 줄도 모르고 토끼는 우리 편, 고양이는 저쪽 편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세상을 이해했던 어리석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토끼들은 주저 없이 총을 들 수 있는 것이다. 사고능력이 결여된 사람이 많을수록 폭력은 일상화된다. 하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생각 없는 사람들에게 토끼가 총을 들고 무슨 짓을 하던, 전쟁 무기를 만들며 즐거워하든, 전쟁사를 읊으며 살인자를 숭배하든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군인들을 앞세우는 전쟁이라는 것. 그 전쟁이라는 것은 인간이 자본의 용병으로 편입되어 벌이는 인간막장의 비극이다. 전쟁으로 희생되는 민간인뿐만 아니라 군인 또한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기적 집단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희생물인 것이다. 살인과 폭력이라는 비인간적인 행동이 합법화되는 작금의 전쟁은 그래서 서글프다.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라는 책이 던지는 많은 질문들이 왜 그렇게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는 내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봐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청소년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그 때처럼 전쟁을 신봉했을까? 모형에 대한 관심이야 그대로였겠지만 분명 전쟁에 대한 본질적인 사고의 폭은 넓어졌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다면, 왜 우리 젊은이들은 반드시 군대에 가야하고, 군대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며, 군대를 넘어서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로 알찬 청소년기를 보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은 가상이지만 폭력적인 컴퓨터 게임 속에서 상대방을 죽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에게 왜 군대가 있어야 하고, 왜 세상에 무기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전쟁을 넘어서 평화의 길을 닦아 나가기 위한 소중한 기회를 제공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평화와 나눔이 공상이 아닌 진리로 다가 올 때, 총구에 꽃을 꽂을 수 있는 진솔한 인간의 양심이 많아질 때, 토끼들은 총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jjolpcc(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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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더스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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